공무원, 퇴직후에도 3년간 비밀누설 금지…유튜브 활동도 안돼

입력 2021-04-13 17:35
수정 2021-04-14 02:05
공무원 또는 공기업 임직원이 퇴직 후 3년간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들이 유튜브나 외부 강연 등으로 돈을 버는 행위도 사실상 금지된다.

여야는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적용 대상은 공무원, 공공기관 산하 직원 등 약 190만 명에 이른다. 여야는 14일 소위에서 법안을 의결한 뒤 정무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잇따라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공직자는 퇴직 후 3년까지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활용해 재산상 이득을 얻는 행위가 금지된다.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당초 정부안에서 현직 공무원만 대상이었던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적용 대상(13조)을 퇴직 후 공무원까지 확대했다. 직무수행 비밀의 범위에 ‘소속 기관의 미공개 정보’가 포함된 것도 정부 원안과 달라진 내용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에서 드러난 전·현직 직원들의 투기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취지다.

직무 관련 외부활동 제한 대상에 직무 관련 지식이나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는 행위도 포함됐다. 정무위 관계자는 “유튜브 방송이나 외부 강연 등을 통해 사적인 이득을 보지 못하도록 규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안은 ‘사적으로 노무 또는 조언·자문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만 제한했다.

공직자 임용 전 3년간 민간 업무 활동 공개 등 의무를 부과받는 고위공직자 범위도 넓어졌다. 지방의회 의원, 공공기관 부단체장 및 상임 임원·감사 등이 새로 들어갔다. 법 적용 대상인 공공기관의 범위에는 정부 산하기관 등도 추가됐다.

정부 의사가 관철된 부분도 있다. 직무관련자와 거래 신고 대상은 ‘본인, 배우자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 존·비속’ 등 정부 원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소위 논의 과정에 장인, 시아버지 등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생계를 같이하지 않는 직계 존·비속도 정부안과 동일하게 신고 대상의 범위에서 빠졌다.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 등 공직자가 아닌 경우 별도 법령을 통해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반영키로 했다. 국회의원은 국회법에 이해충돌 관련 조항을 넣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오전 여야 간사가 합의해 (법안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해충돌행위를 사전 규제하는 법률 조항이 방대하고 내용도 모호해 당분간 공직 사회가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준환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안이 시행되면 인허가 업무 속도가 느려지는 등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법 시행 후 보완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