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무용단이 물을 활용한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인다. 오는 16~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창작무용극 ‘감괘’(사진)를 통해서다.
공연 주제인 ‘감괘(坎卦)’는 음과 양으로 세계를 설명하는 주역의 팔괘 중 하나다. 감괘()는 하나의 양이 두 개의 음 사이에 들어간 형상으로, 물과 험난한 운명이란 뜻이 담겨 있다.
단원들은 1막 8장에 걸쳐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새를 형상화한다. 주제가 현재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코로나19라는 고난을 헤쳐가려는 투지를 역동적인 춤으로 풀어낸다는 얘기다.
동양철학인 ‘주역’과 함께 서양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도 이야기에 녹아 있다. 물과 상생하다 돌연 지배하려 들더니, 서로 물을 빼앗으려 아귀다툼에 빠진 인간 군상을 세 장에 걸쳐 보여준다. 중반부에선 이야기의 소재인 새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말미에선 처절한 투쟁 끝에 자연과 화합하며 끝맺는다.
서울시무용단은 주제를 더욱 생생하게 드러내기 위해 거대한 수조를 공연장 안에 들였다. 가로 18m, 세로 12m 크기의 수조를 무대 바닥에 깔고 바닥에서부터 높이 4㎝ 정도로 물을 채웠다. 무용수 44명이 물 위에서 군무를 펼친다.
단원들에겐 이미 익숙한 무대다. 지난해 12월 무용극 ‘더 토핑’을 공연하며 물 위에서 추는 춤을 익혀서다. 당시 소극장인 S시어터에서 개막한 더 토핑이 호평을 받자 올해는 대극장으로 무대를 넓혀 관객들을 만난다.
정혜진 단장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아크람칸무용단 출신인 김성훈 무용수와 서울시무용단의 전진희, 한수문 지도단원이 함께 안무를 짰다. 뮤지컬 ‘작은아씨들’ 등을 연출한 오경택이 연출을 맡았다. 정 단장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분들에게 힘과 용기를 전하고 싶었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