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지배구조 개편 이번주 발표할 듯…인적분할 방식 무게

입력 2021-04-13 16:20
수정 2021-04-13 16:22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르면 이번주 공식화할 전망이다. 개편 방향은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해 이동통신사업(MNO) 회사와 투자회사를 만들어 SK브로드밴드, SK하이닉스, 11번가 등 여러 자회사를 각각 거느리는 방식이 유력시된다.

13일 국내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오는 14~15일 지배구조 개편에 관한 직원 설명회를 개최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관련 내용이 이르면 이번주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 분사 등 굵직한 이슈를 앞두고 내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도 비슷한 형식으로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달 25일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는 "올해 지배구조 개편을 반드시 실행하겠다"며 "상반기 구체화되는 대로 따로 세션을 만들어 전달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배구조 개편은 SK그룹 전사 입장에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이뤄야할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현재 SK그룹 지배구조는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돼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한 다음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고, 이동통신 담당과 투자 담당 회사를 각각 만들어 밑에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SK플래닛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는 구조가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그간 통신사업에 갇혀 있었던 자회사들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주총 당시 "주가가 SK텔레콤과 자회사들의 시가총액을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선 개편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자회사,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경우 현행 공정거래법상 인수·합병(M&A)을 진행할때 인수 대상 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하므로 적극적 사업 확장이 어려웠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해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가 아닌 자회사로 두게 되면 이런 문제가 풀린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호황에 힙입어 SK하이닉스의 적극적 M&A를 지원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년 시행 예정인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신규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이 기존 20%에서 30%로 늘어난다. 시가총액 100조원에 달하는 SK하이닉스의 지분 10%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10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주를 의식한 지배구조개편 방식이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라며 "주가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영진이 SK와의 합병 우려를 줄일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한다면 주가는 한 단계 레벨업(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지수 메리츠투자증권 연구원도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기와 방법론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SK와 합병을 고려하지 않는 인적분할은 SK텔레콤 기업가치에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지배구조 개편과 동시에 진행되는 자회사 기업공개(IPO) 추진으로 자회사들의 기업가치 재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