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 때리기'는 끝?…WSJ "시기상조"

입력 2021-04-13 13:57
수정 2021-04-13 14:13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약 3조원에 달하는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은 뒤 주가가 9% 넘게 폭등했다. 월가에서는 경계론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알리바바 때리기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심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알리바바의 주가가 9.27%나 급등했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이 지난 10일 알리바바가 입점업체들에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등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182억위안(약 3조1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데다, 벌금 규모가 2021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상반기 순이익(729억 위안)의 4분의 1 수준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이 호재로 부각됐다.


투자자들은 벌금은 예상보다 많았지만,회사의 기본 사업 모델이 그대로 유지되는 걸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제매각 조치 등이 취해지지 않아 기업 구조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다니엘 장 (Daniel Zhang)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정부 조치가) 사업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에 대해 더 나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이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간섭이 일회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인터넷 기업들이 점점 더 커지자 더욱 적극적으로 통제에 나서고 있다. 기록적 벌금 외에도 알리바바는 공정 경쟁을 유지하고 입점상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운영 방식을 바꿔야한다. 그리고 향후 3년 동안 매년 자체 평가를 당국에 제출해야한다.

장 CEO는 "입점상인에 대한 수수료를 낮추고 이들을 돕기위한 기술과 도구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인수합병(M&A)도 앞으로 더 많은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알리바바는 지금까지는 최악을 피했다"면서도 "하지만 규제 환경은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위험해 보인다. 이번 일은 힘들고 오랜 싸움의 끝이 아니라 단지 시작의 끝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