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만난 인텔CEO "車반도체 생산" 화답…삼성은?

입력 2021-04-13 09:16
수정 2021-05-06 00:02

인텔이 12일(현지시간)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직접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백악관이 소집한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달라"고 요청한 이후 나온 발언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이날 백악관이 소집한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 이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전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직접 나서겠다"며 "향후 6~9개월 내에 실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그동안 주로 개인용 컴퓨터(PC)와 서버용 반도체 등을 생산해왔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설비 일부를 전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겔싱어 CEO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위축이라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라인을 개방할 것"이라며 "이미 핵심 공급업체들과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앞서 인텔은 지난달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짓고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문인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한국), TSMC(대만) 등 아시아로 넘어갔던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패권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번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은 인텔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반도체 제조시설에서 이뤄질 전망. 겔싱어 CEO는 어느 시설에서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레곤, 애리조나, 뉴멕시코 주 등 미국 내 공장이나 이스라엘, 아일랜드 등이 후보지로 꼽힌다.

그는 이날 백악관 측에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의 자동차 공장 가동을 위해 기존 인텔 공장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과 연구개발(R&D), 교육, 일자리 등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도 미국 투자 부담을 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해 "오늘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우리가 어떻게 미국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미국의 공급망을 보장할 것인지 말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경쟁력이 당신들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미국 본토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유일한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하고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텍사스에 불어닥친 한파로 전력 공급이 중단돼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셧다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공장 가동 중단 여파로 약 3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와 세제 혜택 규모를 놓고 협상 중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텍사스 주 정부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서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추가 건설로 지역 사회에 총 89억달러(약 10조원)의 경제 효과가 있으며, 공장 건설 과정에서 약 2만개의 일자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