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이 전자BG 사업부를 매각하고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두산밥캣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사내 전자BG 사업부 매각을 위해 복수의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물밑 접촉에 나섰다.
전자BG 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8160억원, 영업이익 980억원을 올린 ‘알짜’ 사업부다. 휴대폰과 PC 등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동박적층판을 생산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력 제품인 연성동박적층판(FCCL)은 24%, 반도체 패키징 기판(PKG)은 29%를 점유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이 있기 전인 2019년엔 매출 1조1000억원, 영업이익 1130억원을 기록했다. 두산 측에선 매각대금으로 1조원이 넘는 금액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해당 사업부 매각대금을 활용해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두산밥캣을 인수한 뒤 직접 자회사로 두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이후 사업회사는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남는 투자회사는 곧 두산중공업과 합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경우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층층이 내려오던 회사 지배구조가 ㈜두산→두산중공업·두산밥캣으로 간명해진다.
현재 두산밥캣의 시가총액이 4조원이고 두산중공업이 지분 51%를 보유한 점을 고려하면 2조원 이상 소요될 예정이다. 앞서 ㈜두산은 유압기기 제조를 담당하는 두산모트롤BG를 PEF인 소시어스-웰투시PE 컨소시엄에 매각한 데 이어 지게차를 생산하는 산업차량BG도 두산밥캣에 7500억원에 넘겼다. 두산밥캣 매각이 완료되면 두산중공업 구조조정은 한숨 돌릴 전망이다. 채권단의 지원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4조5000억원, 별도 기준 부채비율도 220%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과중한 상황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두산그룹의 주요 채권단이 이 같은 거래를 승인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두산중공업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차준호/이상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