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Company ③] IPO 나서는 국내 1위 임상 CRO 기업, 씨엔알리서치

입력 2021-04-23 09:38
수정 2021-07-11 10:18
<p> ≪이 기사는 04월 23일(09:38)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 하반기 중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씨엔알리서치는 사업 실적 면에서 국내 1위 CRO업체다. 씨엔알리서치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발판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씨엔알리서치는 LG생명과학(현 LG화학) 출신인 윤문태 대표가 1997년 설립한 국내 1세대 CRO 업체다. LSK글로벌파마서비스, 드림씨아이에스 등 국내 ‘톱3’로 꼽히는 CRO 기업 중 가장 먼저 설립됐다.

신약 개발에 있어 핵심인 임상시험신청계획서 (IND)에 따른 허가임상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독립 당시 LG생명과학에서 개발 중이던 신약의 임상을 도맡아 진행하며 쌓은 임상 노하우가 허가임상을 주력으로 하는 ‘정통 CRO’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허가 임상 잘하는 정통 CRO
씨엔알리서치가 설립된 1990년대 말만 해도 국내엔 IND 제도가 없던 시절이었다. 신약 개발에 나서는 국내 제약사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상에 대한 수요조차 없었던 건 아니다. 해외에서 허가가 난 약이라 해도 국내로 들여오려면 임상을 거쳐야 했다.

씨엔알리서치를 먼저 찾아온 곳은 국내에서 신약을 판매하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이었다. 윤 대표는 “자연스럽게 회사의 첫 고객사는 국내사가 아닌 글로벌 업체들이 됐다”며 “(제약) 선진국급 시스템과 품질을 글로벌 업체의 임상시험을 수주받아 수행한 경험은 그 자체로도 회사에 훌륭한 이력이 된 것은 물론 실력 있는 임상 CRO로 성장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IND를 도입한 2002년이 되기도 전에 설립된 국내 1세대 임상 CRO인 만큼 갈림길도 있었다. 가령 씨엔알리서치가 설립되고 3년 후에 생긴 드림씨아이에스는 시판후조사(PMS) 시장 장악에 집중했다.

윤 대표는 “신약 임상을 하고 싶어 씨엔알리서치를 설립한 게 내 초심이었다”며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국내 제약사도 점점 늘어가고 있어 우린 허가임상에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광약품에서 개발한 B형간염 치료제 클레부딘은 씨엔알리서치에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2006년 씨엔알리서치에서 진행한 클레부딘 임상은 국내 첫 대규모 임상시험이었다.

윤 대표는 “임상 절차(프로토콜)의 중요성과 임상 참여 환자를 관리하는 의료진의 중요성 같은 기본적인 것을 비롯해 환자 선정 기준과 통계 방법까지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씨엔알리서치는 항암제를 비롯해 세포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 임상까지 담당하며 국내 CRO 기업 중 매출과 임상진행 규모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총 임상시험 대행 횟수는 약 1100건이며, 항암제 임상시험은 144건(2010~2019), 세포치료제 임상 27건(2015~2019)은 물론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CAR-T)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글로벌 CRO로 도약 노린다
씨엔알리서치는 2010년 중국에 씨엔알차이나를 설립하고 이어 싱가포르에도 지사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다. 올해 중 IPO에 나선 것 또한 글로벌 진출을 위한 발판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해외 고객사가 우리를 볼 때 아무래도 증시에 상장된 상장사라면 믿음을 줄 수 있다”며 “국내외에서 유치하는 고객사를 꾸준히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임상이 어려워진 지역에선 정보기술(IT)을 도입해 ‘비대면 임상’을 시도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을 기점으로 임상시험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여기에 빨리 대응하는 임상 전문 CRO 업체가 글로벌 임상 헤게모니를 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을 고객사로 만드는 것도 씨엔알리서치의 중장기적인 목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목적으로 국내 신약 벤처들이 국내 CRO 기업 대신 해외 유명 CRO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윤 대표는 “국내 신약 벤처들이 해외 임상 CRO와 일을 진행하며 겪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가 고비용과 커뮤니케이션 문제”라며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 씨엔알리서치를 통해서도 해외 임상을 할 수 있게끔 글로벌 CRO와의 네트워크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센트럴랩 통해 임상 품질 업그레이드
씨엔알리서치는 IPO에 앞서 임상시험분석실관리 기준(GCLP)에 적합한 ‘센트럴랩’ 구축에 나서며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센트럴랩이란 정확한 임상시험 결과를 얻기 위해 여러 병원에서 임상시험 전후 얻은 시료를 하나의 검사실로 집결시켜 검사하는 기관을 말한다. 국내 CRO 중에선 센트럴랩을 갖춘 곳이 아직 없어 분석 장비를 갖춘 병원에 외주를 주는 것이 보통이었다. 윤 대표는 “임상시험에서 분석까지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원스톱 솔루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씨엔알리서치는 NH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올 하반기 중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이다.

2019년 매출 254억 원, 영업손실 17억 원을 냈던 씨엔알리서치는 지난해 매출 340억 원, 영업이익 50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