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40년 만에 농경사회에서 정보기술(IT) 사회로 진화한 나라입니다. 연구 가치가 대단히 높지요. 제가 연구해온 ‘한국적 경제학’의 후학을 기르기 위해 아낌없이 재산을 내놓으려 합니다.”
좌승희 전 영남대 박정희새마을정책대학원 교수(75·사진)는 대표적인 국내 원로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초대 원장, 경기개발연구원장 등 굵직한 자리를 거쳤다.
좌 전 교수는 최근 후학을 기르기 위해 한국제도경제학회에 재산을 기탁했다. 자신이 이름 붙인 ‘한국적 경제학’을 하는 학자들을 길러내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학회는 ‘좌승희경제발전 연구기금’을 조성해 매년 수준 높은 논문을 발표한 학자들에게 일종의 포상금을 수여하게 된다. 좌 전 교수는 첫 시작인 올해 1000만원가량을 기탁할 계획이다.
그가 남은 재산을 바쳐서라도 일구고픈 한국적 경제학이란 무엇일까. 좌 전 교수는 한국적 경제학을 “한국의 성장 역사를 통해 새로운 자본주의 성장 모델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례없이 빠른 압축성장을 한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을 다른 개발도상국에도 그대로 이식할 수 있을 만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1960~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대표되는 경제개발 정책이 유효했다는 두루뭉술한 설명을 넘어서야 합니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 독립한 다른 식민지 국가 중 어떤 나라도 한국만큼 근대화를 이룬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가 고도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을 우리 스스로도 모르면 안 되죠.”
한국 경제 발전의 원리를 분석하려면 박정희 정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정희 정부가 수출기업 육성을 위해 국내 기업들에 적용했던 차별주의, 성과주의 역시 경제학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6년부터는 대학을 떠나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좌 전 교수는 “요즘은 정치권의 영향인지 ‘박정희’라는 이름만 나와도 모두가 언급을 꺼리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박정희가 편 정책을 명확하게 분석하면 지금 한국이 겪는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 ‘안심소득’ 등에 대해서는 “경제성장의 기본 원리인 차별을 없애 저성장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좌 전 교수는 후학 양성과 함께 한국적 경제학의 이론 개발 및 연구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박정희재단 이사장으로서 시민들이 박정희를 보다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캠페인도 펼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