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변화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

입력 2021-04-12 17:50
수정 2021-04-13 00:22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수적인 금융권은 신입행원으로 입사해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임원까지 올라가는 것이 당연시됐다. 서비스는 고객친화적으로 변모해도 채용과 인사에선 예외를 허용치 않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난해 마이데이터 사업이 통과되고 난 뒤부터 견고하던 금융권 인사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인 금융사들이 외부 정보기술(IT) 전문가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사람, 즉 조직의 변화임을 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존의 새로운 수장이 될 앤디 재시가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의 문제”라고 한 말이 뇌리를 스친다.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IT부서가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의 판단과 이행에서 오는 것이다. 목적지를 분명히 설정하고 방향을 잡아 생명의 원천인 드넓은 바다를 향해서 노를 젓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경영진은 전적으로 변화에 동의하고 함께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 논의 자체가 어렵다. 디지털 전환은 전 부서의 변화와 협업이 필요한 일인데, 경영진이 신념을 갖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암초를 만날 때마다 키를 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변화하기로 결정했다면 멈추지 말아야 한다. 신기술을 도입하고 적용을 완료했을 때 비로소 효과의 크기를 평가할 수 있어서다.

언젠가 한 고객사가 이런 질문을 해왔다.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하는데, 언제가 좋은 타이밍일까요?” 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오늘 당장 하셔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혁신을 통한 사업의 퀀텀 점프는 ‘결정’의 타이밍이 좌우한다. 준비될 때를 기다리면 늦는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테스트베드에 먼저 적용하는 식으로 작게 시작해도 되고, 신사업이나 특정 부서부터 도입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빠른 의사결정을 하려면, 경영진이 나서야 한다.

경영진만 의욕적으로 나선다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내가 늘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기업 변화에 꼭 필요한 네 가지 요소 즉, 사람(people), 철학(philosophy), 과정(process), 도구(tool)다. 사람과 철학이 먼저고, 도구는 가장 마지막 요소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니 적응과 훈련이 필요하고, 임직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공동의 가치가 정립돼 있어야 한다.

기술이 사람을 바꾸고, 그 사람이 기술을 바꾼다. 세상은 그렇게 발전해왔다. 정확하고 빠른 판단의 경영진을 필두로, 구성원들이 합의된 공동의 철학을 가지고 충분한 배움을 거쳐 좋은 솔루션으로 위기에 맞선다면, 어떤 기업도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 몰아친 코로나 폭풍으로 힘들었을 기업들이 올해는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변화의 바다에서 순항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