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정체 상태를 보이던 잼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식빵과 베이글 등 식사대용 빵이 많이 소비되면서 빵에 발라먹는 잼과 크림치즈 등 스프레드류를 찾는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잼류 시장 규모는 3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이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0.4%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라는 게 식품업계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잼 시장의 성장 요인을 코로나19에서 찾고 있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밥’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 끼니를 한식으로 먹기보다 이틀에 한 끼 정도는 빵에 잼과 크림치즈 등을 발라 간편하게 때우는 가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파리바게뜨의 스프레드류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유명 산업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디자인으로 유명해진 파리바게뜨의 ‘레피시에’ 잼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 가까이 늘었다.
초코스프레드 시장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악마의 잼’으로 불리는 ‘누텔라’가 큰 인기를 끌면서다. 2018년 81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초코스프레드 시장은 지난해 100억원 규모로 커졌다. 누텔라를 이용한 이색 요리가 유튜브 등을 통해 퍼진 덕분이다. 땅콩잼 등 견과류스프레드 시장 규모도 같은 기간 76억원에서 79억원으로 소폭 성장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주로 스콘에 발라 먹는 클로티드 크림의 인기가 높다. 클로티드 크림은 우유를 가열해 만든 노란색의 뻑뻑한 크림이다. 영국에는 클로티드 크림의 이름을 딴 ‘크림 티’ 문화도 있다.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잼을 곁들여 홍차와 함께 먹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홈카페’ 열풍이 불면서 크림 티를 즐기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로다스와 데본 등의 브랜드가 클로티드 크림으로 유명하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카페 ‘502커피로스터스’는 스콘과 함께 클로티드 크림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클로티드 크림을 맛있게 먹기 위한 여러 음료 조합을 찾아보는 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됐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