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얀마 사태' 지원 위해 ODA 예산 활용 검토

입력 2021-04-12 10:29
수정 2021-05-09 00:02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유혈사태까지 감수하는 강경 진압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활용해 인도적 지원에 나서는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얀마 난민 위한 인도적 지원 나설까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집행이 어려워진 ODA 예산을 통해 미얀마 난민들을 위한 난민촌 건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 의원은 지난달부터 주한 미얀마인, 외교부 관계자들을 만나며 인도적 지원을 촉구해온 바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소속 주한 미얀마인들과 면담을 가졌으며 이후 지난 2일과 9일에는 외교부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났다.


소모뚜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지 의원과의 회동 자리에서 △난민촌 건립 △평화유지군 동참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지 의원은 해당 내용을 외교부 아세안 국장과 최종문 외교부 2차관 등에게 전달했다.

특히 지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ODA 예산 집행이 어려워진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미얀마 대상 ODA 예산은 163억원이 책정됐다. 이를 활용해 미얀마 난민촌 건립 등에 나서자는 것이 지 의원의 주장이다. 지성호 "국제사회 여론 도화선 될 것"과거에도 집행되지 않은 ODA 예산은 외교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경우 인도적 지원을 위해 보건사업 명목으로 전용된 전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 의원은 이와 관련해 "당장 목숨이 달린 미얀마 난민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신속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미 책정된 공적개발예산을 전용만 해도 국제사회의 지원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교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달 군용물자의 미얀마 수출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제재에는 나서고 있지만 적극적 지원은 아직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지 의원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교부가 미얀마와의 관계 등 외교적 사항을 고려해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내부에서 ODA 예산을 활용하는 지원방안 검토에 나선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