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이 되살아날 만큼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도입된 '코인 공시'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공시는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서 중요한 투자결정 요소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마다 각자 판단에 따라 공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투자자 피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고머니2' 등의 암호화폐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공시로 시장을 교란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산업을 규제하는 업권법(法)을 만들어 제대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를 감안하면 암호화폐에 법적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공시 운영 방식을 '자유게시판' 형태로 개편하기로 했다.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주체(프로젝트)들이 직접 정보를 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업비트가 공시 내용을 한 번 검증하는 절차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업체가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거래소가 사전에 모든 공시 내용의 진위를 다 확인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확인에 시간이 걸리면서 오히려 공시의 시의성이 떨어졌다"며 "공시를 직접 올리되 사실이 아닐 경우 페널티(불이익)를 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형 거래소인 빗썸, 코인원, 코빗은 암호화폐 정보 서비스 '쟁글'을 활용해 공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쟁글은 2019년 4월부터 52개 자체 기준을 활용해 각 프로젝트의 공시를 검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쟁글에 등록된 암호화폐 공시는 8500건이 넘는다.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공시를 일일이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쟁글은 공시 플랫폼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회사라서 정보를 활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화폐'나 '투자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암호화폐거래소를 '금융업'으로 보지도 않는다. 허위 공시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어 거래소마다 자율적인 방식으로 공시 제도를 운영할 뿐이다.
암호화폐업계는 오래 전부터 업권법 제정을 요구해 왔다. 기업들이 "우리를 규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다만 업권법이 생기면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정부가 '인정'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만큼 실익이 훨씬 크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인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법을 만들지 않으면 자율 규제하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투자자가 수백만 명이고 매일 투자금이 수조 원을 넘어 자율 규제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사기나 탈법 등의 시작점이 공시"라고 했다. 그는 "일반인은 코인이 어떻게 생성됐고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모른다"며 "업권법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공시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불법적 사기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