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쟁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코앞에 두고 극적 합의로 마무리됐다. SK가 LG에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합의금으로 2조원을 물어주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LG는 배터리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SK는 배터리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두 회사 모두 ‘윈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는 11일 각각 긴급 이사회를 열어 배터리 분쟁에 따른 합의 내용을 승인했다. 합의금으로 SK는 2조원을 배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현금 1조원에 더해 SK의 배터리가 팔릴 때마다 LG에 기술 로열티를 내는 1조원이 포함됐다. 기존 영업비밀 침해 이외에 2019년 이후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특허침해 소송 등 모든 기술 분쟁을 완전히 종결하는 조건이다. 추가로 향후 10년간 법적 분쟁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합의금 2조원은 LG가 제시한 3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SK가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1조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두 회사가 맞섰던 금액의 중간치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합의문에서 “한국과 미국 전기차 배터리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번 합의는 1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성사됐다. 지난 2월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받아들여 SK에 ‘미국 내 10년 수입 금지’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2년에 걸친 극한 대립이 대승적 합의로 마무리되면서 한국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도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 확보와 지식재산권 보호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