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제10회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를 오는 23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법조계에서 변시 합격자 수를 늘려야 하는지, 줄여야 하는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변시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성명서를 낸 지 이틀 만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들은 합격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정영환 교수)는 “변시 합격자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할 수 없으며 되레 자격시험 수준으로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11일 발표했다. 변시 합격자 수는 전체 로스쿨 정원인 2000명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합격자 수 자체는 7회(2018년) 1599명→8회(2019년) 1691명→9회(2020년) 1768명으로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교수회는 “과거 사법시험은 ‘고시 낭인’ 양산과 법학 교육의 비정상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률 전문가의 부족 현상을 낳았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선발’이 아닌 ‘양성’을 결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최근 변시 합격자 수는 자격시험이라 하기에 위태로운 수준으로 적어졌다”며 “법률 소비자인 국민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보다 많은 변호사의 법률서비스를 원하는 상황에서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은 지난 9일 성명서를 내고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연간 1000명에서 최대 1200명 이내로 감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은 제10회 변시 합격자 수를 1000명 이하로 줄이거나, 급격한 감축이 어렵다면 최소 1200명 이하로 제한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대한변협은 “한국은 로스쿨 체제를 도입한 2009년 이후 변호사 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당시 1만 명 미만이던 변호사 수가 10년 만에 약 3만 명으로 세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며 “정부는 법조 시장이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합격자 수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시 합격자 수를 둘러싼 공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차기 대한변협회장을 뽑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 ‘변호사 수 감축’이다. 반면 로스쿨 졸업생 등은 “선배들이 밥그릇을 지키려 후배들을 죽이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변시의 자격시험화’를 요구해왔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