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쟁은 2019년 대규모 인력 유출 논란에서 시작됐다. LG화학(옛 LG에너지솔루션) 직원 100여 명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SK이노베이션으로 잇달아 이직했다. LG 측은 배터리 사업 후발주자인 SK가 자사 직원들을 노골적으로 빼갔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잇따라 보냈지만 진정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정상적인 경력직 채용이며, 자발적인 이직이라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말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십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수주를 따냈다. 양측이 사활을 건 수주전쟁에서 SK이노베이션이 승리하자 LG화학은 SK 측이 이직 직원들을 통해 탈취한 기술로 수주를 땄다고 봤다. 위기감이 커진 LG화학은 결국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을, 미국 배터리 자회사 주소지인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소송전은 국내로도 확산됐다. LG화학은 같은해 5월 SK이노베이션을 경찰에 고소했고, SK이노베이션은 곧바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두 회사는 같은해 9월 ITC에 서로를 상대로 특허침해 사건을 제기하는 등 여론전과 상호 비방을 이어갔다.
하지만 합의를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9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회동을 통해 접점을 모색하기도 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하고 무산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1월 공개적으로 양측에 원만한 합의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인정하고,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 조치를 결정하면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았다. ITC 결정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을 비롯한 미국 사업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다만 LG 측도 ITC 판결 후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협상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