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와대 게시판에 "TBS 김어준 교체하라" 요청 잇따라

입력 2021-04-11 14:42
수정 2021-04-11 14:44


"서울시 교통방송은 말 그대로 서울시의 교통흐름을 실시간 파악해서 혼란을 막고자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어준은 대놓고 특정 정당만 지지하며 선거나 정치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9일 공개된 글에 김어준의 퇴출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청원은 이틀만에 8만 명에 육박하는 동의가 모였다.

청원인은 "김어준은 교체 여론이 차별이라고 맞대응하고 있지만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정치방송을 바로잡자는 것이 차별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서울시 정치방송인 김어준은 교통방송 자리에서 내려와라"라고 요구했다.



서울시청 내부 게시판에도 ‘편파방송’ 논란을 빚은 TBS교통방송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6일 ’TBS 좀 말려줘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은 “TBS에 들어가는 예산은 눈먼 돈이냐, 왜 헛소리하는 사람들을 데려다 놓고 비싼 방송료를 지불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시민들에게 시정소식을 선사할 진행자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날 ‘TBS는 앞으로 시사프로 일절 편성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해당 글 게시자는 “교통방송의 취지에 맞게 교통방송에 전념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그게 싫으면 김어준 씨는 유시민 씨처럼 세금이 들어가지 않는 개인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권 안에서 (예산) 지원을 받으면서 한쪽 편을 드는 것은 반칙이다. 특정 정당 선전 방송에 시민의 세금이 낭비돼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7 보궐선거로 10년 만에 서울시장직에 복귀하면서 TBS 교통방송 개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 시장은 앞서 인터뷰를 통해 TBS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TBS 설립 목적은 교통·생활정보를 제공이다"라며 "김어준 씨가 계속 진행해도 좋지만 다만 교통정보를 제공하라"고 말한 바 있다.

TBS는 1990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출발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별도 재단인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를 만들어 서울시에서 독립했다. 하지만 수입의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지해 재정적으로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 한 상태다.

이를 의식한 김어준 씨는 8일 오전 뉴스공장을 진행하면서 "막방(마지막 방송)이길 바라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게 어렵다"며 "저의 의지나 뉴스공장 의지나 TBS의 의지가 아니다. 시장 시절 오세훈 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서울시장 시절 TBS를 서울시홍보방송으로 인식해 개입이 많았다. 시장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되도록 구조가 꾸준히 만들어져 TBS가 재단으로 독립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 동안 이른바 '내곡동 생태탕 식당' 주인 일가와 인터뷰를 전하며 계속해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시무 7조' 국민청원으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 조은산 블로거는 "김어준은 털 많고 탈 많은 음모론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조은산은 자신의 블로그에 "그의 방송을 마치 성지 순례하듯 찾아다니고 심지어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운가’라는 헛소리까지 쏟아내는 여권 인사들과 박영선 후보에게서 중도층은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그의 방송에 출연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중도층의 표를 발로 걷어찬 것과 같은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공장을 과대평가하며 국민을 과소평가했다"는 점 또한 민주당 보궐선거 패배 원인 중 하나로 들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