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인수전 경쟁 '후끈'…후보자 면면은[이슈+]

입력 2021-04-09 14:05
수정 2021-04-09 14:38


신라젠의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엠투엔을 비롯해 비디아이, 휴벡셀 등 인수 후보 3곳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후보들 간 탐색전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투자업계에선 수백억단위 매물인 신라젠 인수를 원하는 원매자들이 인수금융과 함께 재무적투자자(FI)와의 협력을 통해 자금력을 확보할 것으로 봤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해 오는 12일 원매자들의 인수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지난달 엠투엔과 비디아이, 휴벡셀이 신라젠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실사를 진행했다.

신라젠 측은 원매자들이 제시하는 주당 인수 가격과 경영계획서, 연구·개발(R&D) 능력 등 여러 항목을 평가한 뒤 이르면 오는 13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남은 매각 절차를 밟아나간다는 계획이다. 누가 품을까…재무제표 들여다보니2020년도 감사보고서 제출지연 제재면제를 받은 휴벡셀을 제외하고 엠투엔과 비디아이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각각 351억원과 1964억원이다. 같은 기간 엠투엔은 1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비디아이도 6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엠투엔의 이익잉여금은 359억원인 반면 비디아이는 839억원의 결손금을 기록했다. 이들의 유동비율은 각각 55.80%, 78.90%으로 집계됐다. 통상 유동비율이 클수록 기업의 재무능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 이하의 기업들은 상시 유동성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엠투엔과 비디아이의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32.37%, 30.73%으로 집계됐다. 총자본 중 3분의 1이 빚으로 구성된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들은 현재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타법인 취득자금용으로 각자 300억원씩 자금을 조달한 상황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엠투엔과 비디아이가 미국에 바이오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엠투엔과 비디아이는 이번 신라젠 인수를 통해 향후 바이오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엠투엔은 관계사인 리드코프 등 특수관계인들과 함께 1088만 달러(약 121억원)를 들여 미국 그린파이어바이오의 지분 30%가량 확보한 상태다. 그린파이오바이오는 4개의 신약치료물질을 활용해 난소암, 유방암, 폐질환 및 특발성 폐섬유증, 골수섬유증 등 총 9개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엠투엔이 신라젠을 인수할 경우 자금 동원력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처남(서홍민 디케이마린 대표)이 최대주주로 있는 엠투엔의 현금 동원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린파이어바이오 외에도 국내 자회사 '엠투엔바이오'와 미국 현지 법인 '엠투엔바이오US' 설립하는 등 직접 바이오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막판 경쟁 치열, 2파전으로 좁혀지나

비디아이는 지난해 미국 엘리슨파마슈티컬스의 지분 37.50%를 1200만 달러(133억원)에 취득했다. 엘리슨파마슈티컬스는 폐암 치료제 'ILC'를 포함해 췌장암 단일 치료제 등 임상 파이프라인 4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김선진 박사가 대표로 있는 플랫바이오와 협력관계에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신라젠 인수에서 기술실사 등을 맡아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박사는 세계 최고 암센터로 알려진 미국 텍사스대학 엠디 앤더슨의 암 센터 교수로 19년간 재직했으며, 12종의 항암 신약에 대한 임상을 설계해 성공적으로 완료한 경험이 있다. 만약 비디아이가 신라젠을 인수할 경우 면역항암제 펙사벡은 김 박사가 설계한 임상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각에선 비디아이가 지난달 30일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등의 이유로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된 것을 두고 큰 감점 요인이 될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은 투자자에게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을 사전에 경고하기 위한 한국거래소의 경보조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라젠이 거래소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된 원매자를 어떻게 볼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대한 잡음이 없으면서, 제시 금액이 높은 원매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지난해 신라젠에 추가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면서 신규 투자자 유치 등을 통한 최대주주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라젠은 500억원 이상의 투자 유치, 신규 최대주주 지분 15% 이상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서를 거래소에 제출했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된 휴벡셀의 현금성자산 등 재무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우선 자금력 면에서 코넥스 상장사인 휴벡셀이 신라젠을 단독으로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휴벡셀은 미국에서 척추 임플란트 제품 관련 특허를 획득하는 등 미국 현지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원매자들보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현재 휴벡셀은 신라젠 인수자금을 전원 외국계 기관자금으로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