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09일(11:3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주식 1492억원어치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우리지주 지분 완전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블록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JP모간증권은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지난 8일 장 마감 후 처분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매각 대상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보통주 1444만5354주(2.0%)였다. 매각 측이 제시한 가격 범위는 8일 종가인 1만600원에 할인율 0%~2.5%를 적용한 1만335~1만600원이었다.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2.5% 할인된 1만335원에 전량 매각이 성사됐다. 총 매각액은 1492억원으로 결정됐다.
한 매각주관사 관계자는 "할인 폭이 다른 블록딜에 비해서 다소 낮았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을 풀지 않고 2% 선에서 매각을 시도한 것"이라며 "수요예측이 진행되자마자 물량을 받고 싶다는 주문이 쏟아졌다"고 했다. 원래 17.25%를 가지고 있던 예보 지분율은 이번 거래로 15.25%로 낮아지게 됐다. 예보는 이번 블록딜 후 남은 잔여물량을 3개월 동안 보유하고 있겠다고 약속(lock-up)했다.
이번 거래는 금융위원회가 2019년 발표한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 로드맵’의 일환이다. 금융위와 예보는 2019년 6월 남은 지분을 "한 번에 최대 10%씩 몇 차례에 나눠 3년 내 모두 팔겠다"고 발표했다. 그해 말 해외 투자자들을 접촉해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으나 특별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예보가 우리금융의 최대주주가 된 것은 외환위기의 영향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후 금융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12조8000억원 공적자금을 이 회사에 투입했다. 2010년대 들어 여러 차례 우리금융을 통째로 매각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통매각이 어렵자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를 순차적으로 팔고, 경영권 자체를 넘기는 매각(M&A) 대신 과점 주주를 찾아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16년 12월 IMM PE 등에 29.7%를 팔고, 이듬해 해당 주주들의 콜옵션 행사로 2.94%를 추가로 매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