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금리에 움찔한 외국인…한국 주식 9조원어치 팔았다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04-09 12:00
수정 2021-04-09 13:20
한국 주식시장을 등지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9조원어치에 육박하는 주식을 시장에 쏟아냈다. 오름세를 이어가는 미국 시장금리에 놀라 보유물량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 삼성SDI 등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정보기술(IT)·자동차·배터리 종목을 집중적으로 순매도하며 시세차익을 실현 중이다. 올 4월부터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는 것도 국내 증시를 등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집중 순매도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25억8000만달러(2조8800억원)가 순유출됐다. 전달(28억6000만달러)보다 순유출 규모는 줄었다. 하지만 올들어 지난달까지 석달 연속 외국인 자금의 이탈행렬이 이어졌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78억3000만달러(8조7400억원)어치의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갔다.

외국인의 이탈은 미국 시장금리가 오름세와 관계가 깊다.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주식·채권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주춤해질 것이고 그만큼 최근 급등한 자산가격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연 1.74%로 지난해 말(연 0.91%)보다 0.83%포인트나 뛰었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은 경기회복이 가시화한 것과 맞물린다. 경기회복 기대로 사람들의 씀씀이가 늘고 그만큼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진다.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커지면 그만큼 명목 시장금리(실질금리에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더한 금리)도 오른다.

시장금리 오름세에 놀란 외국인은 일단 급등한 종목부터 처분했다. 올들어 3월 말까지 외국인 순매도 종목 1~6위는 삼성전자(6조4208억원 순매도) 삼성전자우(2조5509억원) LG전자(1조4323억원) 기아(1조2805억원) 현대모비스(1조2179억원) 삼성SDI(5414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대형주들이다.
달러 강세에 韓 주식 급처분달러 강세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유로, 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말 93.3으로 2월 말(90.13)보다 3.5%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말 89.9에서 1월 말 90.9에서 갈수록 오름세를 보인다. 미국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미 채권을 사들이려는 외국인 자금 수요가 커진 결과 등이 작용했다.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은 뛰고 있다. 지난달 말 원·달 환율은 달러당 1130원80전으로 지난해 말(1086원30전)보다 45원50전이나 올랐다.

환율은 올 4월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들이 12월 결산 배당 지급 시점이 4월에 몰려 있는 결과다. 외국인이 받은 배당금을 달러로 환전해 본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인프라 투자와 증세 논의가 이달 본격화되는 등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강달러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며 "외국인 배당 역송금이 진행되면서 이달 환율은 1120~1150원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팔아 본국으로 송금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한 매각 자금을 국내 채권에 재투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식보다 변동성이 크지 않은 채권을 사들여 위험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금 83억5000만달러가 국내 채권시장에 순유입되는 등 올들어 지난달까지 186억6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이 적극 사들이는 국내 종목도 눈에 띈다. 올 1분기 순매수 1~3위 종목은 포스코(7975억원 순매수) SK텔레콤(7939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상상지수펀드(ETF)인 'TIGER MSCI KOREA TR'(7435억원)로 나타났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