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08일(17: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 개발사 크래프톤이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 일정에 돌입한다. 몸값은 20조원대가 거론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이날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상반기 중 공모절차를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반기 중 상장이 예상된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공동주관사는 NH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기업가치는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8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은 54%, 영업이익은 1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2789억원에서 5563억원으로 99% 늘어났다. 지난해 순이익에 30~40배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하면 17조~22조원 안팎의 몸값을 도출할 수 있다. 동종 업계인 NC소프트는 PER 35배, 넷마블은 49배, 컴투스는 22배 수준이다. 게임 업계 전체 평균 PER을 따져봐도 50배 수준이어서 30배 이상의 PER을 적용받는 게 무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관건은 실적 추세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분기 매출 5082억원, 영업이익 3524억원, 순이익은 294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실적 개선세가 둔화됐다. 2분기 매출은 3791억원, 3분기에는 3499억원이었다. 그사이 순이익은 2분기 1110억원, 3분기 11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4분기에는 순이익이 400억원대로 급감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연간 누적 순이익을 1조원으로 잡고 최대 40조원 몸값이 거론됐었다.
'원게임 리스크'가 실적 개선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을 초대형 게임사로 도약하게 만든 것은 배틀로얄 방식 게임 배틀그라운드다. 최대 100명의 이용자가 무기와 탈것을 이용해 전투를 벌이며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게임이다. 2017년 출시 직후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2017년 3104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이듬해에는 1조1200억원으로 261%나 급증했다.
다만 배그의 폭발적 인기가 점차 식으면서 실적 성장이 정체됐다. 중국과 인도간 국경 분쟁 탓에 중국 텐센트와 공동으로 개발한 '모바일 배그' 서비스를 인도 시장에서 중단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텐센트는 크래프톤 지분 16%를 보유한 2대주주다. 인도는 모바일 배그 전체 다운로드 건수의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큰 시장이었다.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말 신작 게임 '엘리온'을 내놨지만 부진한 모습이다. PC방 점유율 순위는 20위권에 머물고 있다. 올해 출시 예정인 신작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이달 초 사전예약자가 이미 500만명을 넘어섰다. IB업계 관계자는 "배그의 인기가 비교적 식긴 했지만 여전히 충성도 높은 이용자가 많다"며 "배그 뉴 스테이트는 흥행이 입증된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인기몰이에 성공한다면 회사의 성장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상장에 앞서 31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500원인 주식의 액면가를 100원으로 낮췄다. 장외 주가를 낮춰 IPO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장외 주가는 230만원까지 치솟았다. 장외 시가총액은 이미 20조원에 육박한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