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2030이 분노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만 거대 여당에 ‘0 대 41’(구별 득표율)의 철퇴를 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부산 전 자치구에서 참패했다. 지난해 21대 총선 때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준 2030은 1년 만에 ‘정권 심판’의 선봉에 섰다. 무엇이 그들을 돌아서게 했을까.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55.3%와 30대 56.5%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20대 34.1%, 30대 38.7%에 그쳤다.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 득표율 대비 2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지난 총선 때는 20대 56.4%, 30대 61.1%가 민주당을 찍었다. 민주당은 서울 48개 지역구 가운데 강남구갑, 송파구갑 등 7개를 제외한 41개를 싹쓸이했다.
연령상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생)’와 겹치는 2030은 공정과 투명의 가치를 중시한다. 실리적이면서 솔직하고 자기주장도 강하다. 지난 1년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무능은 이번 선거에서 그들을 ‘쿨하게’ 돌아서게 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비리에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사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며 2030의 마음은 떠나갔다. 기득권 ‘진보 꼰대’의 위선에 신물이 났고, 여권이 말하는 공정에 의문을 품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알고 보니 그들도 모두 강남에 살고, 갭투자하고, 땅을 샀다. 진보 정치인들이 그렇게 공격하던 ‘보수 꼰대’와 과연 무엇이 다른가 하는 비판이 나왔다. 말로만 ‘청년 존중’을 외치면서 실제론 2030을 농락한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난 월세 사는데 누군 돈벼락…이게 정의와 공정인가"‘25전25패’를 기록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하루아침에 ‘벼락거지’로 만들었다. “난 월세 사는데 누구는 집값이 올라 수억원 ‘돈벼락’을 맞는다”는 토로도 나온다. 무능한 정부 탓에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들이 보고 있다는 불만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들은 원래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며 “반권력적이지만 권력에 대한 피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내놓는 정책들도 ‘누구를 위한 것인가’하는 의문을 들게 했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한 일자리·주택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부는 저질의 공공 아르바이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8조8600억원 규모의 공공 일자리 예산을 쏟아부었다. 최대 28조원 이상 들어갈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특별법으로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자신들의 권력 강화와 기득권 사수를 위해 ‘재정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을 펼친 것이다.
20~30년 전 청년세대보다 훨씬 스마트한 요즘 2030은 향후 재정 악화로 인한 부담을 모두 자신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걸 눈치챈 지 오래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1985조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니 퍼주기식 달래기 정책이 반가울 리 없다. 2030에선 “‘자기 돈’도 아니면서 생색내는 여권이 더 밉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특히 강조한 게 공정과 정의, 기회평등 등이었다”며 “이 같은 가치를 실현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거꾸로 가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커졌다”고 말했다. 진보 가치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2030의 기대가 한순간 실망으로 바뀐 데 따른 분노가 이번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
서정환 정치부장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