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의 잇따른 실수가 저렴한 백신을 필요로 하는 세계의 희망을 망설임으로 바꿨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렇게 보도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희귀 혈전증을 이 백신의 부작용으로 확인하면서 세계가 고민에 빠졌다는 취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다른 코로나19 백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 보관도 편하다. 국가마다 백신 사용 결정을 고심하는 배경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국가 중 이탈리아, 스페인, 에스토니아 등은 이날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만 60세 미만 접종을 중단했다. 벨기에는 4주간 만 56세 이상 성인에게만 이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EMA 결정에 앞서 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제한해 왔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만 60세 미만 성인에게, 캐나다와 프랑스는 만 55세 미만 성인에게 이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모든 연령대에 사용을 중단한 상태다.
남미 분위기는 다르다. 멕시코와 브라질 보건당국은 EMA 결정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제한 없이 사용하겠다고 했다.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이런 의견에 힘을 보탰다. 알렉산드라 프리먼 영국 케임브리지대 윈턴센터 이사는 트위터를 통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은 16주 넘게 계속되지만 피해는 확인된 혈전뿐”이라며 “아나필락시스 등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은 상당히 드물다”고 말했다.
그가 공유한 영국 분석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심하지 않더라도 30대 이상 성인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을 때의 이익이 백신으로 인한 피해보다 컸다. 백신 접종 효과가 가장 높은 연령은 60대였다.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로 인한 60대 중증 환자가 인구 10만 명당 14.1명 정도 줄어들지만, 심각한 백신 부작용은 10만 명당 0.2명 정도 발생했다. 20대는 달랐다. 백신을 맞으면 중증 환자가 10만 명당 0.8명 줄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1.1명 발생해 득보다 실이 컸다. 영국 정부가 백신 사용 연령을 만 30세 이상으로 정한 배경이다.
미국 내 사용은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허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달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허가받은 백신이 있기 때문에) FDA가 좋은 백신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