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인생 후반전, 어떤 일이…연표로 내놨다

입력 2021-04-08 17:36
수정 2021-04-09 02:41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 4월부터 신(新)고령자고용안정법이 시행됐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권장 정년이 70세로 기존보다 5년 더 연장된 것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3600여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9%에 육박한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여러 사회 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고령의 환자를 고령의 보호자 및 간병인이 돌보는 ‘노노간병(老老看病)’, 가족 관계가 붕괴하고 독거노인이 증가하면서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 능력을 상실한 ‘노후파산(老後破産)’, 충분한 저축이 없고 생활보호기준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하류노인(下流老人)’ 등이 대표적이다. 노후복지 시스템이 제법 잘 갖춰진 일본이라고 해도 급속도로 늘어나는 고령 인구를 감당하는 게 버거울 수밖에 없다.

지난 7일 출간된 《노후 연표(老後の年表)》는 노년 세대에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일목요연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정리한 가상 시나리오다. 출간되자마자 화제인 이 책은 ‘인생 후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50세부터 시작해 100세까지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노년 세대의 건강, 돈, 상속, 인간관계, 주거, 요양 등에 대해 암울한 미래를 펼쳐놓는다. 책은 일종의 경고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편안한 인생 후반전을 위해 언제 어떻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노후 연표’를 통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을 미리 가늠해보는 것만으로도 미래를 위한 일종의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


저자인 요코테 쇼타(?手彰太)는 ‘노후문제 해결 컨설턴트’로 노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한 경험이 있다. 책을 통해 저자는 경제, 부동산, 이혼, 상속, 유산 등의 법률적인 조언을 포함해 인간관계와 건강문제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50세. 나이 든 부모를 간호하며 ‘간호 우울’과 ‘간호 이직’이 현실로 다가온다” “51세. 갱년기 문제로 아내의 오랜 분노가 폭발한다” “53세. 부모가 돌아가시면서 유산상속 다툼이 시작된다” 등 50세부터 인생 후반전을 위한 본격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노년을 위한 대비는 생각보다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 소개된 연표는 일본 정부 및 대기업에서 발표한 객관적인 데이터와 노후 관련 각종 연구 자료를 참고한 것이다. “60세: 연봉은 절반, 일은 신입 수준으로 돌아온다. 62세: 은행의 권유로 재산이 ‘반동결’ 상태로 전락한다. 65세: 연금을 받는 시점을 잘못 계산해 손해를 본다. 70세: 의료비가 급증하며, 자산이 10년 만에 고갈된다. 77세: 집을 잃고 자녀 부부와도 멀어진다. 82세: 치매로 모든 자산이 동결된다. 90세: 결국 요양병원에 입원하며, 병원에 누워만 있다.”

하지만 모든 노년 세대가 이런 미래를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책은 비극적인 노후를 맞이하지 않기 위한 전략도 소개한다.

황혼이혼을 회피하기 위한 최대의 무기는 ‘펫(pet)’이라던가, 퇴직금 상담을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곳이 은행이라는 조언, 연금 수급 개시가 68세가 가장 좋은 이유, 최고의 노후대책은 ‘가족 신탁’이라는 정보 등은 참고할 만하다.

홍순철 북칼럼니스트·BC에이전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