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수많은 변화 중 하나는,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요즘 주변을 보면 평생 주식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 사람들도 작년부터는 주식 투자를 시작했거나 혹은 주식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필자에게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물어보는 지인들도 이전보다 많이 늘었다.
이처럼 주식 투자에 대해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 덕분에 주가지수는 작년 큰 폭의 반등을 나타낼 수 있었다. 작년 1,439p까지 급락했던 코스피 지수는 이후 가파르게 반등해, 올해 연초에는 3,000p를 돌파했다. 국내주식 일평균 거래대금도 2019년에는 10조원 미만이었지만 작년에는 23조원, 올해는 33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같은 개인투자자 중심의 주식 투자 열풍은 비단 한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한국 증시를 이끈 주체가 ‘동학개미’라면, 미국에는 ‘로빈후더’가 있으며 중국에는 ‘청년부추’가 있다. 청년부추는 매번 기관에 당하면서도 다시 투자에 뛰어드는 모습이 매번 잘라내도 다시 자라나는 부추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그런데 작년 중국 증시 상승을 청년부추가 주도했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들이 항상 기관에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작년 동학개미의 주식거래 활성화로 국내 증권사의 매출과 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청년부추의 주식투자에 힘입어 중국 증시 거래대금도 크게 증가(일평균 거래대금 2019년 5,220억위안→2020년 8,520억위안)했으며 증권사들의 실적도 개선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회사가 중국의 로빈후드로 불리는 ‘동방재부’다.
동방재부는 중국의 대표적인 시장·금융정보 데이터 플랫폼으로, 자회사인 온라인 증권사 동방재부증권은 다른 증권사보다 저렴한 주식거래 수수료(25bp)를 바탕으로 청년부추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동방재부의 작년 순이익은 48억위안(약 8,200억원)으로 2019년보다 무려 161%나 증가했다. 온라인 증권사 중 유일하게 뮤추얼펀드 판매가 가능한 동방재부증권을 통해 작년 상반기 거래된 뮤추얼펀드는 약 5,860억위안으로 중국 ICBC의 뮤추얼펀드 거래액을 넘어섰다.
동방재부의 강점은 고객이 창출하는 강력한 트래픽에 있다. 월간 활성화 사용자수(MAU)는 1,400만명에 이르며, 청년부추는 동방재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투자 정보와 금융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동방재부의 ‘구바’라는 커뮤니티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공유하고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이어갈 수 있다. 여기에서 공유된 종목이 바로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주식거래와 투자정보, 커뮤니티가 서로 연계되는 동방재부는 강력한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플랫폼 기업은, 과점화에 성공해 지배적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경우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장기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러한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도 장기간 높은 기업가치를 부여받는 경우가 많다. 중국 증시에서 청년부추의 영향력이 지속된다면, 동방재부도 금융 플랫폼으로서 장기간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