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LG 빈자리' 노리는 삼성…보급폰 '융단 폭격'

입력 2021-04-08 11:32
수정 2021-04-08 14:52

삼성전자가 ‘애플 안방’이라 불리는 북미 시장에 중저가 스마트폰을 잇달아 출시하며 점유율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점유율이 저조했던 글로벌 시장에와 달리 북미에선 3위를 차지하고 있던 LG전자의 공백을 적극 노리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 5세대(5G) 이동통신 전용 ‘갤럭시A32·42·52’와 4G 롱텀에볼루션(LTE) 전용 ‘갤럭시A02s·A12’를 공개했다고 8일 발표했다. 미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자급제(언락폰)로 구성됐으며, 갤럭시42 5G를 시작으로 모델별로 순차 출시될 계획이다.

갤럭시A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이다. 저렴한 가격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준수한 스펙(사양)을 앞세운다. 4G 모델인 갤럭시A02s는 약 12만2000원(109달러), 갤럭시A32 5G는 약 31만3000원(299달러)에 그친다.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300달러 미만의 5G 스마트폰을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A 시리즈에 힘을 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춘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대는 기존처럼 저렴하게 유지하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했던 기능들을 일부 탑재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갤럭시A 시리즈는 점차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는 현재 갤럭시A 시리즈가 삼성전자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7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시장 출격을 앞둔 5G 제품 3종 역시 디스플레이, 카메라, 배터리 등 주요 사양에서 전작 대비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갤럭시A52 5G는 기존 플래그십(전략) 라인업인 갤럭시S와 견줘봐도 흠잡을 데 없다는 평가다. 갤럭시A52 5G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보급형폰 중에선 이례적으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만큼 공을 들인 제품이다.

갤럭시A52는 사진 촬영 시 손의 떨림을 보정 및 수정해 주는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 기능과 6400만 화소의 쿼드(4개) 카메라 등 뛰어난 카메라를 갖췄다. 화면 구동을 매끄럽게 해주는 120헤르츠(Hz) 주사율, 스테레오 스피커 등을 지원한다. 특히 이 제품은 갤럭시A 시리즈 중 최초로 3년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다수의 신제품 출시 통해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를 발표한 LG전자의 공백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부진했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과 달리 한국 시장과 함께 유일하게 북미 시장에서 선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 북미 시장에선 애플(60%), 삼성전자(22.1%) 에 이어 LG전자는 3위(9.0%)를 차지했다.

LG전자는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주로 보급형폰으로 승부를 펼쳐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LG전자의 500달러를 넘는 프리미엄폰 스마트폰 판매량 비중은 5%에 그쳤다. 반면 150달러 이하는 58%, 150~500달러는 37%에 달했다.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보급형 제품을 주로 판매해왔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기존 LG전자의 수요 대부분이 같은 OS를 쓰는 삼성전자로 이동될 것으로 관측되는 국내와 달리 북미 시장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미 시장은 군소 안드로이드 대체품이 다수 존재해 삼성전자가 가져갈 판매량이 다소 적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시장에서 LG전자 다음으로는 모토로라가 2.8%, 알카텔이 2.3%, 노키아 HMD가 0.3% 가량을 차지한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