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을 만나 향후 추진할 사업에 대한 협력과 협치를 요청했다. ‘4·7 재보궐선거’ 전 벌어졌던 양측의 갈등을 봉합하고 협력하는 데 초점을 두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시의회 의장 접견실을 방문해 “아시다시피 제가 속한 정당(국민의힘)이 워낙 소수정당이기 때문에 시의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어렵다”며 “솔직히 말하면 (업무 추진 등이)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서울시에 해야 할 일이 산적해있는 것으로 안다”며 “잘 될 수 있도록 각별히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로마가 전쟁에서 승리한 뒤 성을 쌓지 않고 길을 냈다고 하지 않느냐”며 “오 시장께서 소통의 길을 내서 코로나19로 서민 경제가 신음하고 있는 상황을 잘 풀어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오 시장께서 10년간 내공을 많이 쌓고 공부도 많이 하셨다고 하니 잘 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그 말씀에 많은 뜻이 함축됐다고 생각한다”며 “의미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말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정말 잘 모시겠다”면서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이날 오 시장과 김 의장의 만남을 두고 일각에선 어색한 기류가 흐를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김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무상급식 반대와 시의회와의 불통 등 오 시장의 과거 시장 재임 당시 문제가 많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당시 김 의장 측은 “오 시장은 독선과 불통, 무책임과 불성실, 실패와 무능의 아이콘”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회는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6일 오 시장의 내곡동 처가땅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요구안을 오는 19일 본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대화에서도 사실상 기싸움이 벌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김 의장은 “원칙 있는 시정엔 적극 협력하겠다”며 “서로 정당인이고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겠지만 시민을 바라보고 시민만 생각하면서 잘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생길 때마다 시민들의 이해 관계, 편의, 행복을 기준으로 해주길 바란다”며 “많은 노력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할테니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오 시장과 김 의장은 이날 공개 대화를 마친 뒤 의장실로 이동해 10여 분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