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애사심 때문에 LG전자 스마트폰을 사야할 필요가 없겠네요." (LG계열사 한 직원)
요즘 LG 계열사가 몰려 있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나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애플 '아이폰'을 들고 다니는 직원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지난 1월 20일 권봉석 LG전자 사장(CEO)이 임직원 대상 메시지를 통해 "스마트폰 사업 관련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사실상 사업의 철수·매각을 인정한 이후부터 '아이폰 선호' 움직임이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LG 계열사 직원들의 얘기다.
LG그룹이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LG전자 폰을 써야한다"고 공지한 적은 없다. 독특한 디자인과 가격 대비 괜찮은 성능에 만족해 LG 스마폰을 구매한 직원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직원들은 그동안 LG에 대한 애사심, 'LG직원이 삼성이나 애플 폰을 쓰면 되겠나'는 생각에서 LG 스마트폰을 썼다고 한다. LG 계열사 팀원 절반이 아이폰 유저이런 상황에서 LG전자가 지난 1월 스마트폰 사업 철수 또는 매각을 기정사실화했고 지난 2일 '공식 철수'를 선언하면서 LG 직원들의 'LG폰을 구매해야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계열사에선 올 들어 팀원 절반 가까이가 LG폰에서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했다고한다. 한 LG 정보기술(IT) 계열사 관계자는 "지난 1월 LG전자가 철수·매각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팀원들이 하나 둘씩 아이폰으로 교체했다"며 "현재 절반 이상이 아이폰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LG 직원들은 삼성전자, 샤오미 등의 폰이 아닌 애플 아이폰을 유독 선호하는 이유가 있을까. 애플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 IT 계열사의 주요 고객사이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아이폰12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2000만장을 애플에 공급했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4분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17% 증가한 6855억원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매출 절반 이상이 애플에서 나와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모듈 등을 공급한다. LG이노텍의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애플로 추정되는 고객 A의 매출은 6조461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7.7% 수준이다. LG그룹의 한 직원은 "삼성과의 경쟁 관계 때문에 갤럭시 스마트폰엔 눈이 잘 안 간다"며 "LG전자 스마트폰을 살 필요가 없다면 우리 제품이 들어가 있는 애플 아이폰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12 시리즈 4개 모델 중에서도 LG 직원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있는 모델론 6.1인치 OLED 패널이 적용된 '아이폰 12'와 '아이폰12 프로'가 꼽힌다. 5.4인치 '아이폰12 미니'와 6.7인치 '아이폰 프로 맥스'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100% 탑재됐기 때문이다. 6.1인치 제품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제품이 동시에 채택됐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