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는 투표율 측면에서 ‘역대급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투표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정권 심판’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데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전초전’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재·보궐선거 최종 투표율은 55.5%로 집계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율은 58.2%로 오세훈 당선인(국민의힘)이 무상급식 이슈로 서울시장직을 사퇴해 치러진 2011년 보궐선거 최종 투표율인 48.6%보다 9.6%포인트 높았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투표율도 52.7%로 50%를 넘겼다.
이번 보궐선거 참여 열기가 뜨거울 것이란 건 지난 2~3일 치러진 사전투표를 통해 어느 정도 예견됐다. 사전투표율은 역대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가운데 최고치(20.5%)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아진 원인으로 2030세대의 투표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을 꼽았다. 장·노년층은 원래 투표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전체 투표율을 높이려면 투표율이 낮았던 2030세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2030세대는 전통적으로 현 여권 지지세력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야권의 주된 지지층으로 급부상했다. 2030세대의 투표 참여 열기가 이번 선거뿐 아니라 1년 뒤 대선을 판가름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투표소에 나와 한 표를 행사한 2030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일자리 실정(失政)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서울 흑석동 흑석초교 투표소에서 만난 30대 남성 이모씨는 “현 정부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 후보를 택했다”고 말했다.
정권 심판론이 투표율을 올린 동인이라는 점은 지역별 투표율에서도 나타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투표율이 유독 높았다. 서울 25개 지역구 중 서초구 투표율이 64.0%로 가장 높았고 강남구(61.1%), 송파구(61.0%)가 뒤를 이었다. 현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으로 세 부담이 커진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구로을)가 속해 있는 구로구는 투표율이 57.7%에 그쳤다. 여당의 전통적 표밭이었던 관악구(53.9%) 금천구(52.2%) 등도 투표율이 저조했다.
오형주/성상훈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