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옵티머스 배상책임' 판매사에만 떠넘기고 뒤로 빠진 금감원

입력 2021-04-07 17:47
수정 2021-04-08 00:21
금융감독원이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에 잇따라 ‘100% 원금 반환’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옵티머스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라임펀드 100% 배상 결정에 이어 두 번째다.

판단 근거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다. 애초에 알았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안 알렸을 때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민법 조항이다. NH투자증권이 운용사의 허위 투자제안서로 투자자들의 ‘착오’를 유발했으니 계약을 해지하고 원금을 돌려주라는 것이다. 판매사가 펀드 부실운용 여부를 알았는지는 상관이 없다.

상품에 하자가 있으면 소비자에게 배상하는 게 맞다. 하지만 철저히 시비를 가리지 않고 모든 책임을 판매사에 떠넘기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현재 판매사 NH투자증권, 수탁사 하나은행, 사무관리사 예탁결제원 간 책임 소재를 놓고 검찰 수사와 감사원 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만간 결론이 날 텐데 판매사에 100% 배상책임을 지우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NH투자증권 이사회가 배임 이슈로 조정안을 거부할 경우 투자자는 소송을 해야 해 배상이 더 늦어 질 수도 있다.

금감원이 서두른 것을 두고 윤석헌 원장의 임기 만료(5월)와 연관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가 강조해온 투자자 보호의 ‘성과’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윤 원장 부임 후 금감원은 법적 결론이 내려진 키코(통화옵션상품) 문제를 재조사하는 등 ‘과거’에 매달렸다. 그사이 사모펀드 감독에 구멍이 뚫려 문제를 오히려 키웠다. 사태가 터진 뒤엔 판매사 CEO들의 중징계에 몰두했다. 감사원조차 징계권 남용이라고 주의조치를 내렸을 정도다.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금감원이 생색내기에 치우친다면 시장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