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는 투표율 측면에서 ‘역대급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7일 오후 6시 현재 전국 투표율은 50.6%로 50%를 넘어섰다. 투표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두고 여야 간 전초전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조국 사태’ 등으로 여당에 등을 돌린 2030세대가 투표장에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선거 막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투표율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030 참여 열기에 투표율↑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7일 오후 6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율은 51.9%였다. 오세훈 국민의당 후보가 무상급식 이슈로 서울시장직을 사퇴해 치러진 2011년 보궐선거 최종투표율인 48.6%보다 3.3%포인트 높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투표율도 46.9%로 50%에 근접했다. 투표가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 이후인 오후 8시까지 이어지면서 최종 투표율은 더 올라갔다.
이번 보궐선거 참여 열기가 뜨거울 것이란 건 지난 2~3일 치러진 사전투표를 통해 어느 정도 예견됐다. 사전투표율은 역대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가운데 최고치(20.5%)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아진 원인으로 2030세대의 투표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을 꼽았다. 장·노년층은 원래 투표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전체 투표율을 높이려면 투표율이 낮았던 2030세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2030세대는 전통적으로 현 여권 지지세력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야권의 주된 지지층으로 급부상했다. 2030세대의 투표 참여 열기가 이번 선거뿐 아니라 1년 뒤 대선을 판가름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내로남불’에 돌아선 2030 민심2030이 ‘정권 심판론’에 기울었다는 점은 선거를 앞두고 시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중 18~29세 연령층에서 오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5.2%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25.3%)보다 약 20%포인트 높았다. 30대에서도 박 후보(32.8%)보다 오 후보(50.6%) 지지도가 높게 나왔다.
7일 투표소에 나와 한 표를 행사한 2030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일자리 실정(失政)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서울 흑석동 흑석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30대 남성 이모씨는 “오 후보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고 일방적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 후보를 택했다”고 말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여권 고위인사들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대한 반감이 젊은 세대를 투표장으로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거짓말 논란에 ‘샤이 진보’ 결집정권 심판론이 투표율을 올린 동인이라는 점은 지역별 투표율에서도 나타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투표율이 유독 높았다. 오후 6시 현재 서울 25개 지역구 중 서초구의 투표율이 57.2%로 가장 높았고 이어 강남구, 송파구 순이었다.
반면 박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구로을)가 속해 있는 구로구는 투표율이 51.3%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여당의 전통적 표밭이었던 관악구와 금천구, 은평구 강북구 등도 투표율이 저조했다.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상승한 것은 선거 막판 위기감을 느낀 진보층이 결집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여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샤이(숨은) 진보론’이다. 선거 막판까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하면서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아넣은 게 효과를 나타냈다는 얘기다.
이날 흑석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50대 여성 김모씨는 “개인 이익보단 정직함을 우선시하는 후보에 투표했다”며 “집값은 아무리 정책 방향이 좋아도 단기간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형주/성상훈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