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매출 8배·이익 26배↑…종근당건강에 무슨일이

입력 2021-04-07 17:17
수정 2021-04-08 03:59

불과 5년여 전만 해도 종근당건강은 ‘별 볼 일 없는’ 건강기능식품 회사 중 하나였다. 비타민, 오메가3 등 남들도 다 보유하고 있는 제품을 남들과 똑같이 팔았기 때문이다.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 보니 매출과 영업이익도 모두 다른 건강기능식품 업체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랬던 종근당건강이 바뀌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였다. 2015년 63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973억원(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5년 만에 7.8배 불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배(26억원→677억원) ‘점프’했다. 그동안 종근당건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비자분석 토대로 상품 설계 변화의 출발점은 2015년 말이었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의 상품기획 및 마케팅을 시도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 첫 대상은 프로바이오틱스였다. TF는 빨리 제품을 내놓는 데 힘을 쏟았던 과거와 달리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심층 소비자 조사(5000여 명 대상)부터 했다. “좋은 제품을 내놓으려면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회사가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대규모 소비자 조사를 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소비자 조사를 통해 종근당건강이 알게 된 사실은 두 가지였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사는 큰손은 ‘아이를 둔 엄마’(구매비중 67%)며, 이들이 원하는 건 기술력을 내세운 제품보다 ‘우리 아이, 우리 남편에게 꼭 맞는 제품’이라는 것이었다.

경쟁업체들은 ‘유산균이 장(腸)까지 죽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여러 번 코팅했다’는 등 기술력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종근당건강은 달랐다. ‘락토핏’을 유아 어린이 성인 등 3개 군으로 나눈 뒤 성분 배합을 달리했다. 유아용에는 모유성분을 더 많이 넣고, 어린이용에는 뼈 성장 등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D 등을 추가하는 식이다. 2중 코팅 같은 기술 얘기는 입에 담지도 않았다. 이후 성인용을 여성, 남성, 노년으로 세분화한 뒤 한층 촘촘한 타깃마케팅을 시행했다.

귀에 쏙 들어오는 로고송도 제작했다. “건강기능식품은 신뢰감을 줘야 한다”며 점잖은 광고를 만들던 과거와는 180도 다른 접근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한 번 들어도 열 번 들은 것 같은 중독성 있는 로고송 덕분에 락토핏의 인지도가 순식간에 올라갔다”고 말했다. 유통·가격정책도 차별화과거의 유통전략도 버렸다. 약국 등 오프라인 판매에 몰두했던 경쟁업체와 달리 G마켓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에 집중했다. ‘아이를 둔 엄마’들의 쇼핑무대가 온라인이란 걸 겨냥한 것이다. 온라인 최강자가 되자 홈쇼핑, 대형마트 등으로 무대를 넓혔다.

경쟁 브랜드보다 20%가량 낮게 책정한 가격정책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브랜드파워 1위, 매출 1위 제품이 가격마저 착하니, 경쟁업체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저렴한 가격의 비결은 자체 생산에 있었다. 대다수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이 외주를 주는 것과 달리 종근당건강은 락토핏을 제조하기 전부터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2013년 “종근당이 발효기술에 특화된 만큼 프로바이오틱스도 직접 생산해보자”는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혜안 덕분이었다. 락토핏 판매가 크게 늘어 2019년부터 콜마비앤에이치에 일부 생산을 맡기고 있지만, 연말께 충남 당진 신공장이 완공되면 다시 100% 자체 생산 체제로 바뀐다.

종근당건강의 신(新)마케팅과 가격·유통정책은 대성공이었다. 락토핏 매출은 출시 첫해인 2016년 180억원에서 지난해 2620억원으로 4년 만에 14.5배 증가하며 ‘국민 유산균’ 반열에 올랐다. 1초에 한 통씩 팔린다는 뜻으로 ‘1초 유산균’이란 별명도 얻었다. 락토핏의 덩치는 지난해 매출 1위 과자 브랜드 ‘빼빼로’(1260억원)와 일반의약품 판매 1위인 ‘케토톱’(420억원)을 압도한다.

종근당건강은 락토핏이 안겨준 ‘성공 방정식’을 다른 제품에도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다음 타자는 오메가3 제품인 ‘프로메가’. 락토핏에서 처음 시행한 철저한 소비자 조사와 그에 따른 마케팅·판매 전략을 충실히 따른 덕분에 2019년 27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지난해 890억원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올해 목표는 1500억원이다. 3~4번 후보 명단에는 눈 영양제 ‘아이클리어’와 키 성장 보조제 ‘아이커’가 올랐다. ‘제2, 제3의 락토핏’이 줄줄이 대기 중이란 얘기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