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14년前 문전박대에 절치부심…기술 속도전·공격 투자로 설욕

입력 2021-04-07 15:18
수정 2021-04-07 15:20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사업 진출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발단은 2006년 말 제주 지역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한국전력이 공고한 ‘해저 송전 사업’ 입찰이었다. 당시 LS전선은 ‘입찰 자격 없음’ 통보를 받았다. 해저 케이블 공장이 없다는 게 문전박대의 배경이었다.

당시 경영진은 LS전선이 글로벌 1위 전선 업체가 되려면 해저 케이블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2007년 7월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LS전선의 전략은 한마디로 ‘속도전’이었다.

LS전선은 강원 동해를 공장 부지로 점찍고 최정예 직원들을 해저 케이블 개발에 투입했다. 1년 뒤인 2008년 7월 LS전선에 ‘설욕’의 기회가 찾아왔다. 한전은 제주~진도 간 122㎞ 초고압 직류송전 연계 사업을 공고했다. 사업 규모는 4500억원,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해저 케이블 사업이었다. LS전선은 세계 1위 기업 넥상스, 일본 JPS와의 경쟁을 뚫고 2009년 2월 단독사업자로 선정됐다.

LS전선은 제주~진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LS전선은 작업 효율화로 작업비를 3280억원으로 줄였다.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을 보게 된 것이다. LS전선은 제주 프로젝트에서 고압직류송전(HDVC) 케이블 두 가닥과 통신케이블 한 가닥으로 구성된 회선을 2개씩 포설했다. 한 회선이 고장나더라도 운전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제주의 남는 전력을 다시 육지로 보낼 수 있는 경우도 대비한 방안이었다.

이후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사업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전남 화원~안좌도 구간, 제주 월정리 풍력 시범단지, 전남 장죽~수도 조류발전단지 등의 해저 케이블 사업을 연이어 수주했다.

이후 LS전선은 전선 부문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전선 부문 시스템 패키지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중국 유럽 등 각국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대응해 공격 경영을 지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인도네시아 북쪽 군도 티도레섬에서 터네이트섬까지 10㎞ 구간 헤저 케이블 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사라왁 도서지역의 전력망 구축 사업에 참여하는 등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실적을 쌓아나갔다.

LS전선 관계자는 “LS전선 경영진은 ‘실력이 부족한 것은 인내할 수 있지만 늦어서 실패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며 “발 빠른 도전 덕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