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에게 접근해 결혼을 할 것처럼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50대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51·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 2017년 2월 초 이혼남인 B씨와 만났다.
A씨는 B씨에게 자신이 '유명 원두 유통업체 대표이며, 아버지는 과거의 유력 정치인이자 재력가'라고 속였다.
이후 B씨가 자신에게 점차 호감을 보이자 A씨는 결혼을 빌미로 B씨의 돈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A씨는 B씨에게 "내가 백혈병을 앓고 있어 치료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 커피사업 운영도 어렵고 사업 청산에도 많은 비용이 드는데, 아버지가 아이까지 딸린 돌싱남(돌아온 싱글)인 당신과의 혼인을 반대하면서 지원을 거부해 힘들다"는 등의 거짓말을 했다.
A씨는 "당신이 먼저 돈을 빌려주면 나중에 아버지에게 말해서 일시불로 틀림없이 갚아 주겠다. 우리가 결혼하면 당신 딸을 친딸처럼 키우겠다"는 등 말로 B씨를 설득했다.
B씨는 2017년 2월부터 2019년 9월18일까지 총 80회에 걸쳐 5억4869만원을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다음날인 19일부터 모습을 감췄다.
A씨는 B씨에게 '아버지의 신병 치료차 미국으로 건너간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수상함을 느낀 B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A씨의 범행이 들통났다.
조사결과 A씨는 백혈병에 걸려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유통업체 대표는커녕 별다른 재산도 없었다. 유력 정치인이자 재력가라던 A씨의 아버지 역시 지난 2010년 이미 사망했다.
A씨에게 비슷한 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도 여럿이었다.
A씨는 지난 2013년 1월16일 사기죄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살고 출소했으며, 지난해 2월3일에도 사기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A씨가 '아버지 치료를 위해 미국에 간다'고 했던 것은 자신이 구속될 것에 대비한 거짓말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인적 신뢰관계에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기망한 것으로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액 또한 커 그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이 사건 범행은 앞서 사기죄와 경합범 관계에 있어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