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는 끝났다.“
해운업계 맏형이었던 한진해운이 공중분해된 2017년 2월. 해운사 종사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조했다. 한진해운 파산 와중에 크고 작은 선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들의 자조는 현실화되는 듯했다. 혹독한 시련을 근근이 버티던 해운사 상황은 지난해 급반전했다.
‘만선’ 행진을 이어간 HMM(옛 현대상선) 등의 실적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이다. 해운사의 부활로 지난 2월 서비스수지는 모처럼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한진해운 유동성 위기를 겪던 2014년 11월 후 6년 3개월 만이다
해운업계 위기, 서비스수지 적자로 직결 한국은행은 2월 경상수지 흑자가 80억3000만달러(약 9조56억원)를 기록했다고 7일 발표했다. 흑자폭은 작년 2월(64억1000만달러)에 비해 25.3%(16억2000만달러) 늘었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불어난 배경으로 서비스수지의 흑자전환이 꼽힌다.
지난 2월 서비스수지는 1억3000만달러 흑자로 2014년 11월(9000만달러 흑자) 이후 처음 흑자로 전환했다. 서비스수지를 구성하는 운송수지 흑자가 8억1000만달러로 작년 2월(2000만달러 적자) 대비 흑자 전환한 영향이 컸다. 이성호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HMM이 선복량(선박의 적재량)을 늘리면서 운송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며 "국제 물동량이 불자 선박 운임도 빠르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는 그동안 만성적자를 이어간 탓에 경상수지를 갉아먹는 항목으로 치부됐다. 서비스수지 적자 원흉 가운데 하나는 4년 넘게 적자를 이어간 운송수지다.
하지만 운송수지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7년 직후 흑자를 이어가던 외화벌이 창구였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글로벌 해운업계를 주름 잡던 업체들이 꾸준한 실적을 이어간 덕분이다.
운송수지의 적자 구조가 굳어진 것은 지난 2016년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된 시점부터다. 시름시름 앓던 한진해운은 2017년 공중분해됐다. 국내 2위 선사인 현대상선도 2013년부터 알짜 운송사업부와 터미널 등을 매각하면서 적자를 이어갔다. 2016년부터 이어진 해운사의 침체는 운송수지·서비스수지 적자로 직결됐다. ‘만선행진’ HMM, 운송수지 흑자 주도해운업계는 지난해부터 본격 회복 조짐을 보였다. 한진해운에 이어 업계 맏형 자리를 물려받은 HMM(옛 현대상선)이 지난해 2분기 136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5년 1분기 이후 21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파죽지세로 흑자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9807억원을 기록했다. 팬오션(영업이익 2252억원) 대한해운(1459억원) SM상선(1405억원) 등 국내 해운사들이 지난해 줄줄이 1400~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5년부터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해운사들이 싣고 나가는 벌크화물·컨테이너가 불어난 영향이다. HMM은 지난해 4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세계 최대 2만4000TEU급(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12척의 최근까지 32항차 연속 만선을 기록했다. 여기에 물동량이 치솟으면서 운송료도 뛰었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선사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8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에 운송수지 누적 흑자액은 40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부활에 성공한 해운사들이 경제 회복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해운업체들이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는 데다 물동량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만큼 운송수지·서비스수지 전망도 밝다. HMM은 지난달부터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단계적으로 인도받는 등 선복량을 대거 확대할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