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법인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증세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미국만 세금을 올릴 경우 기업들이 다른 국가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해 국제 공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공조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옐런 장관은 전날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 연설에서 “30년간 이어진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이 중단돼야 한다”며 “기업들이 조세회피처 국가로 이익을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20개국(G20)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대선 기간 중 현행 21%인 미 법인세율을 28%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포함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조세협약 논의 과정에서 12%를 법인세율 하한선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WSJ는 이날 ‘바이든 증세 해부; 미 경쟁력 위협이 세금 인상보다 엄중하다’(Anatomy of a Biden Tax Hike; The threat to American competitiveness is bigger than higher rates)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OECD는 바이든식 (증세) 계획을 내놓을 만큼 멍청하지 않다”고 강력 비판했다.
WSJ는 “재닛 장관이 세계적인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끝내고 싶다고 말한 건 바이든 정부 역시 증세가 미 기업들을 해롭게 만들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는 뜻”이라며 “OECD가 최저 세율 논의를 하고 있지만 평균 세율이 미국보다 훨씬 낮은데다 (미국 정부와 달리) 기업 충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7년 탄생한 미 기업의 해외자회사 무형자산 소득에 관한 조항(GILTI)이 결함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세제 개편은 모든 면에서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GILTI에 따르면 해외 자회사를 두고 있는 미국 기업의 실효세율은 10.5%로 비교적 낮게 책정돼 있다. 법인세율(21%)를 크게 밑돈다. 미 기업이 지식재산권 등 무형 자산을 세율이 낮은 국가에 소재한 자회사로 옮겨 세금을 회피하는 걸 막자는 취지다. 바이든 정부는 이 세율을 21%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이 실제 납부하는 유효 세율은 26.25%까지 상승할 것이란 계산이다. 서유럽 대다수 국가의 법정 세율보다 높은 수치다.
WSJ는 “바이든 행정부와 진보적인 정치 지도자들은 미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상·하원 의원들도 같은 생각인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