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투자 전문가들이 “올해 미국이 글로벌 경기 회복을 주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다 대규모 부양책도 연달아 나와서다. 투자 종목 중에선 기후 변화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던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경제연구소장은 최근 뉴욕 외신기자센터(FPC)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4월부터 미국 내 백신 효과가 가시화할 것”이라며 “내년까지 30년 만에 최고의 2년을 보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해리스 소장은 “작년 경제가 봉쇄된 이후 쌓인 가계 저축액이 3조달러에 달한다”며 “경제 재개 후엔 마른 화약에 불이 붙듯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말엔 실업률이 완전 고용 수준인 4%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장 보뱅 투자연구소장은 “작년은 불황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경제활동을 중단한 시기였다”며 “복구(recovery)가 아니라 경제의 재시작(restart)이기 때문에 회복 속도가 엄청나게 빠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년간 기후 변화 관련 산업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할 것”이라며 “기후 변화와 ESG 투자 전략이 수익의 강력한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월가에서 수차례 ‘최고의 애널리스트’로 꼽혔던 배리 배니스터 스티펠(종합금융그룹) 수석주식전략가는 미 경제 전망이 무척 밝지만 증시엔 선반영돼 있다고 했다. 이어 “시장 유동성이 줄기 시작하면 환호하던 증시가 갑자기 식을 수 있다”며 “올해 10% 정도의 하락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이 매우 흥미롭다”며 “합리적인 자산 가치를 지니고 있고 수익률 전망도 밝다”고 진단했다.
루이스 오게너스 JP모간체이스 리서치센터장은 “미 물가상승률이 3분기 3.3%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중앙은행(Fed)이 연내 자산 매입 축소 등 긴축으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당국이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만 매입했는데 이번엔 투기등급 채권으로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며 “주식 부동산 등에 거품이 끼었다는 시각이 있지만 Fed가 주도한 자산 가격 상승은 거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