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강원 삼척시청에서 열린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립 관련 주민토론회. 시작 전부터 찬성과 반대 측 주민들이 고성을 지르며 거세게 맞섰다. 환경단체도 가세해 시위를 벌이면서 토론회는 파행을 빚었다.
올 들어 삼척에선 삼척발전소 공사 재개를 놓고 연일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포스코에너지가 건설 중인 삼척발전소는 원재료인 석탄을 해상으로 들여오는 만큼 항만공사가 필수적이다. 이 항만공사로 인해 인근 맹방해변이 침식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공사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항만공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발전소 건립은 사실상 무산된다.
주민 의견은 엇갈린다. 환경단체와 반대 측 주민들은 발전소가 건립되면 환경오염이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체 여론조사 결과 삼척 시민의 반대 의견이 60%를 넘었다는 점도 건립 반대 근거로 제시한다. 반면 발전소 건립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외부 세력이 거짓 여론을 조장하고 있다고 본다. 환경단체가 제시한 여론조사도 믿지 않는다. 발전소 유치 당시 삼척 시민의 96.8%가 찬성했기 때문이다.
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주민 갈등은 흔히 있는 일이다. 문제는 갈등을 정치권이 부추기고, 정부는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은 정부가 석탄발전기업의 사업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 발의자인 환경운동가 출신 한 국회의원은 법안이 삼척발전소를 겨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특정 민간기업을 지목해 사업권을 빼앗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당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삼척발전소를 지난해 12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반영했다. 2018년 1월 삼척발전소 실시계획 인가를 내준 것도 현 정부다.
탄소중립을 위한 여당과 환경단체의 노력과 의지를 폄하하는 건 결코 아니다. 다만 주민의 압도적인 동의와 정부 허가가 이뤄졌고, 전력수급계획에도 포함된 민간 발전사업을 중도에 무산시키는 건 또 다른 얘기다. 만약 발전소가 해안 침식 등 환경오염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그럼에도 삼척발전소 건립을 중단시키겠다고 한다면 차라리 매몰비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 지금까지 쏟아부은 투자비와 민원비용 등 매몰비용을 지원해 주자는 것이다. 매몰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한다면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나 비판은 여당 의원들과 환경단체가 오롯이 져야 한다. 국민 설득도 이들이 직접 해야 한다. 민간 기업에 무작정 사업을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