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02일(07:4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리막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기업공개(IPO)를 앞둔 SKIET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 결과가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IET는 5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약 2조3000억원을 조달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9조4600억원으로 평가했다. 모 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이 20조원 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다.
8개월 전과 비교해도 기업가치는 3배로 급증했다. 지난해 9월 프리미어파트너스로부터 3000억원의 투자를 받을 당시만 해도 SKIET는 3조원 대로 평가됐다. 그러나 해외 공장 증설 등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기업가치 극대화에 나섰다. 공모 자금을 최대로끌어모으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특허 분쟁 합의 공장 증설 비용 등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자회사의 공모 자금과 합의금은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이번 공모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인만큼 공모가 산정시 중요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SKIET 공모를 준비할 당시 지분 희석은 최소화하면서 구주 매출 규모를 늘리는 데 총력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SKIET의 지분 90%를 가진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공모에서 보유 지분 22.7%(1283만4000주)를 팔아 1조3476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구주 매출 규모로는 삼성생명 이후 역대 최대다. 전체 공모 규모는 2조2460억원으로 삼성생명(4조8881억원), 넷마블게임즈(2조600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조2500억)에 이어 4위지만 구주 매출로는 역대 2위다.
SKIET는 9조원 대의 기업가치를 만들기 위해 설비 투자 비용을 제외하고 영업가치를 계산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방식을 적용했다. 비교기업으로는 에코프로비엠, 일진머티리얼즈, 포스코케미칼, 천보, 중국 창신신소재(Yunnan Energy New Material) 등이 포함됐다. SKIET는 이들의 기업가치를 상각전영업이익으로 나눈 EV/EBITDA 평균 48.1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9조4600억원으로 도출했다.
이를 주가수익비율(PER)로 환산하면 지난해 당기순익(907억원)의 100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2차 전지 관련 업종의 평균 PER 70~80배에 비해선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IB업계는 SK계열사들이 잇달아 공모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축적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 당시 수십조원이 몰렸고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의 2배를 넘어섰다. 최근 2차 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기업가치 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SKIET는 공모가를 7만8000~10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가가 상단인 10만5000원에 결정될 경우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7조4862억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처럼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형성한 후 상한가(일명 '따상')를 기록할 경우 주가는 27만3000원, 시가총액은 19조원으로 치솟는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매출 2000억원대, 당기순익 300억원 대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9조원대 시총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 2배, 순익 3배인 SKIET는 시장에서 훨씬 높게 평가될 수 있다"며 "미국 ITC 결과도 SK이노베이션 만의 독보적인 분리막 기술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측면에서 상장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