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02일(11:1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이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KCGI의 투자 법인인 그레이스홀딩스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대호개발은 그동안 맺어왔던 한진칼 주식 공동보유계약 종료로 상호 간 특별관계가 해소됐다는 공시를 전날 냈다고 2일 발표했다.
그레이스홀딩스 및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율은 17.54%,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은 5.71%, 대호개발 및 특별관계자(한영개발·반도개발)의 지분율은 17.15%다.
◆3자연합 결국 해체..조원태 회장 지위는 여전히 취약
그러나 3자연합이 해체된다고 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경영권이 '더' 공고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 회장 측에서도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지분이 늘어나면 그만큼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들게 된다. 특히 주가가 급락하는 국면이 발생할 경우 담보대출을 받은 주식은 대단히 취약하다. 일정 수준 이하로 주가가 떨어지면 추가 담보를 요구받거나 주식이 매도될 수 있어서다.
게다가 KCGI와 반도건설은 당장 지분을 팔고 나갈 생각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약 17% 지분을 보유한 KCGI가 조용히 지분 매각을 타진한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들려오지만, 현 상황에서 KCGI 지분을 한꺼번에 매입할 주체가 쉽게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 게다가 KCGI의 지분이라는 것은 여러 개의 SPC에 나뉘어 있고 각각 다른 투자자(LP)들을 가지고 있다. LP들 간의 이해관계도 서로 다르다. KCGI 내에서도 한진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건설은 KCGI보다 더 버틸 가능성이 상당하다.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권홍사 회장 1인으로 단일화돼 있고 지난해 지분 경쟁이 불붙었을 때 큰 비용을 치른 탓에 쉽사리 물러서기도 힘들다.
◆수년 후 한진칼 재매각설도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우군으로 나서면서 조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지켰지만 수년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산업은행으로 대표되는 정부가 조 회장을 지켜주었다기 보다는 수년간의 시간을 벌어주고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려고 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조 회장의 또 다른 백기사 델타항공도 지금은 항로 배정 등에서 이익을 모두 향유한 수년 후에는 지분을 팔 가능성이 없지 않다.
조 전 부사장이 나간다고 해서 반도건설이나 KCGI가 당장 지분을 털고 한진칼 경영권에서 손을 떼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버티면 다음 번 한진칼 경영권이 흔들릴 때 인수 후보에게 한꺼번에 지분을 매각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베팅이다. 혹은 다른 인수후보와 연합하여 그때야말로 '권토중래'를 노릴 수 있다. 그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헐값에 지분을 파는 것과 비교하면 차라리 '미래의 후속 M&A' 가능성을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할 여지가 존재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금의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모두 거느리고 있는 것이고, 아시아나항공 하나만 있을 때와 비교해 훨씬 매력적인 물건이 됐다"며 "조 회장 측에서 '빈틈'을 보여 만약 한진칼 주인이 바뀌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SK그룹이든 삼성그룹이든 관심을 갖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