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습니다.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상승장 기대도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액과 증권 앱 체류 시간에서 확인됩니다. 올 1월 29일 하루 최고 20억달러에 달했던 개인 투자액은 지난달 26일 7억720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일일 매수액이 60% 넘게 빠진 겁니다.
불과 수 주일 전 증권 앱들은 거래량 폭증으로 황급히 서버 확충에 나서야 했지만 지금은 여유롭습니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로빈후드의 지난달 앱 트래픽은 전달 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개인들이 선호하는 기술주 움직임이 국채 금리 상승과 함께 주춤했다는 겁니다. 나스닥 지수는 작년 3월의 저점 이후 올해 초까지 이미 두 배 뛰었습니다.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보잉 스타벅스 JP모건 등 경기 순환주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런 종목은 개인들 사이에선 인기가 없다는 게 WSJ의 설명입니다.
투자 자문사인 밴다 리서치의 비라즈 파텔 글로벌 거시 전략가는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들어 소위 동면(hibernation)에 들어갔다”며 “이들이 돌아오게 하려면 지수를 5~10% 끌어올릴 촉매제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 대한 관심을 접은 건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JMP증권의 데빈 라이언 금융기술 연구 담당자는 “개인들의 거래 비중은 역사적 평균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작년의 최고점보다 갑자기 개인 거래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주엔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진 가운데, 나스닥 지수가 비교적 많이 올랐습니다. 이번주엔 어떻게 될까요. 아래는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일정 및 이벤트입니다.
- FOMC 의사록 공개(7일) 및 제롬 파월 Fed 의장 발언(8일)
- 재닛 옐런 재무장관 및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 등 강연
- 10년 만기 국채 금리 움직임(지난주엔 연 1.72%로 마감)
- 마킷·ISM의 서비스 지수(5일 발표)에 따른 경기 회복 추이
아래는 매주 월요일 아침 국제부 정인설 기자와 함께 진행하는 유튜브 한국경제신문 채널 방송 내용입니다. 오전 8시 20분부터 생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한 주간의 뉴욕증시 움직임을 설명해 주시죠.
일단 지난주 금요일이던 2일엔 증시가 휴장했습니다. 부활절 연휴가 시작된 ‘굿 프라이데이’ 휴일이었습니다.
지난주 4일동안 뉴욕증시는 비교적 많이 올랐습니다. 빅테크(대형 기술주)가 상장돼 있는 나스닥 지수가 한주동안 3.87% 뛰었습니다. 다우 지수는 1.64%, S&P 500 지수는 2.82% 올랐습니다.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진 가운데 국채 금리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인 점이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채권 시장은 금요일에 오전장만 열었는데,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72%로 마감했습니다. 월요일이던 지난달 29일 연 1.73%였으니, 거의 변동하지 않은 겁니다.
◆미국 경제의 회복 조짐이 뚜렷하다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로 확인됐나요.
Fed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는 고용입니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이 91만6000명 늘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67만5000명)보다 36% 많았습니다.
관심을 모은 실업률도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전달 6.2%였던 미 실업률은 3월에 6.0%로 낮아졌습니다.
제조업 경기도 급속히 좋아지고 있는데요,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4.7로, 전달(60.8) 대비 대폭 상승했습니다. 1983년 12월 이후 37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PMI는 기준점(50)을 많이 초과할수록 경기 확장세가 가파르다는 의미입니다.
정보제공업체 IHS마킷이 공개한 3월 제조업 PMI 최종치(계절 조정치)도 전달(58.6)보다 높은 59.1로 기록됐습니다. 역대 두 번째로 높습니다.
미국 내 상품 수요가 갑자기 늘었지만 원자재 부족 및 가격 상승, 물류난 등이 겹치면서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초과 수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작년 3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수세 경영을 해왔던 미국 기업들은 공격 경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흥미로운 자료를 냈습니다. 지난달 27일 기준 직전 7일간의 카드 사용액을 조사해보니 작년 동기 대비 40% 급증했다는 겁니다. 같은 카드로 부양 자금이 입금된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이번 부양책(1인당 1400달러)이 소비 확대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해석입니다.
◆대규모 부양책과 백신 배포 확대가 주요 배경이겠군요.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는 작년 말 9000억달러에 이어 지난달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시행했습니다.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조2500억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계획까지 내놨습니다. 다만 이 투자 계획은 공화당 반대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증시엔 아직 대형 호재로 인식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런 정부의 재정 지원보다 더 큰 게 백신 배포 확대입니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배포되자 경제 재개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410만 건의 하루 최대 접종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난 7일간의 일평균 접종 횟수는 처음으로 300만 회를 넘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00일이 되는 이달 말까지 2억 회분을 접종하겠다고 밝혔는데, 지금 추세라면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현재 미국에선 1억420만 명이 최소 한 차례 이상의 백신을 투여 받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인구의 31% 수준입니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중에선 74%가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미국의 신규 사망자는 지난주 847명으로, 전주 대비 12% 감소했습니다.
당국은 지역 봉쇄를 계속 풀고 있습니다. CDC는 “백신을 맞은 사람은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조치 후 여행을 해도 된다”는 지침을 새로 내놨습니다. 별도 감염 검사나 격리 필요성이 없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15일부터 실내 모임과 행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백신 접종을 마쳤거나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입니다.
◆증시에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겠군요.
휴장했던 지난주 금요일 고용까지 긍정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증시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뉴욕 증권사인 암허스트 피어폰트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문자 그대로 모든 게 좋다. 경제는 바닥을 탈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동안 기술주의 발목을 잡아왔던 인플레이션 추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팬데믹 충격에 따른 기저 효과까지 겹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ISM 조사에서도 3월 제조업체들이 지불한 총 비용(원가)은 2008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급망 악화 역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입니다. 신흥국의 원자재 및 부품 공급은 여전히 원활하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 움직임은 빅테크 등 기술주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필수소비재와 금융, 에너지 등 경기 민감주는 물가 상승보다는 경기 회복세 자체와 연동해 왔습니다.
◆이번주 증시에 영향을 끼칠 만한 핵심 이벤트가 있다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우선 관심이 쏠립니다. 오는 7일 공개됩니다. 지난달 16~17일 정례회의 때 FOMC 위원들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 회의 직후 FOMC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8일 국제통화기금(IMF) 패널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합니다. 그는 지난달 상원 증언에서 “경제가 상당히 더 진전될 때까지 자산 매입을 축소(테이퍼링)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후 인터뷰에선 “테이퍼링은 매우 점진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시장에선 Fed가 빠르면 연말부터 테이퍼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 왔으며, 그 전에 파월 의장이 신호를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파월 의장이 이번에 인플레이션이나 긴축에 대해 언급할 것인지 관심을 끕니다. 블랙록의 리치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자산 매입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계획을 6월 FOMC 회의에서 시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5일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세미나에서 국제 문제를 주제로 강연합니다.
6일과 7일에는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7일에는 톰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가 각각 연설에 나섭니다.
<이번주 예정된 주요 인사들의 강연 일정>
- 5일(월) 재닛 옐런 재무장관(오전 11시·주제는 글로벌 이슈)
- 6일(화)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
- 7일(수)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 / 톰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
- 8일(목) 제롬 파월 Fed 의장(오후 12시) /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이번주에 예정된 경제 지표나 기업 실적 발표가 있다면.
5일에 IHS마킷의 서비스 PMI와 ISM의 서비스 PMI가 각각 공개됩니다. 모두 3월 기준입니다. 전달 대비 상승했을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9일엔 노동부가 3월 기준 생산자 물가지수(PPI)를 내놓습니다. 전달 0.5% 상승했는데, 3월 상승폭이 커졌을 경우 국채 금리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1분기가 종료됐지만 바로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7일 카니발(크루즈 업체), 8일 컨스텔레이션 브랜드(주류 업체)가 눈길을 끌 전망입니다.
시장조사 업체인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업들의 순익은 작년 동기 대비 24.2% 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작년 팬데믹 충격을 받은 후 처음 비교 가능한 분기 실적이 나오는 것인데, 연말까지는 기업들 실적이 지속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주에 주목할 만한 일정 및 이벤트>
- 5일(월) IHS마킷의 3월 서비스 PMI(시장 예상은 6.02, 전달은 60.0이었음) / 공급관리협회(ISM) 3월 서비스 PMI(시장 예상은 58.7, 전달은 55.3이었음)
- 6일(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 경제 전망
- 7일(수) FOMC 의사록(3월 16~17일의 정례회의 기록·오후 2시) / 2월 무역수지(시장 예상은 705억달러 적자, 전달은 682억달러 적자였음)
- 8일(목)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시장 예상은 69만 명, 전주는 71만9000명이었음)
- 9일(금) 생산자 물가지수(3월 기준·전달은 0.5% 상승)
<이번주에 실적 발표하는 주요 기업>
- 7일(수) 카니발(크루즈)
- 8일(목) 컨스털레이션(주류)
◆월가에서는 4월 증시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큰 변수가 없는 한 기업 실적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입니다. 씨티그룹의 숀 스나이더 투자전략 책임자는 “거시 경제 전망이 상당히 밝기 때문에, 증시가 기업 실적 위주로 빠르게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파트너는 1분기 마지막 날과 2분기 첫 날 S&P 500 지수가 상승했을 경우 4월 증시가 많이 뛰었다는 통계를 제시했습니다. 이 조건에 맞을 경우 4월 지수는 평균 2.4% 상승했다고 합니다. 조건에 맞지 않을 때의 상승률(1.3%) 대비 크게 높은 겁니다. 올해는 이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금융리서치 회사인 CFRA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샘 스토벌은 “통계적으로 볼 때 4월과 2분기 모두 긍정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1990년 이후 2분기엔 평균 2.8% 지수가 상승했다”며 개별 업종 중에선 최근 상승세가 둔화된 기술주를 추천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