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화면도 폴더블 폰처럼 접는다

입력 2021-04-05 17:18
수정 2021-04-13 18:46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 제품이 세계 최초의 폴더블(접는) 노트북(사진)에 사용됐다. 주로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하던 투명 PI 필름이 노트북과 같은 중대형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오롱그룹의 화학·소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글로벌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노버가 출시한 세계 최초 폴더블 노트북 ‘싱크패드 X1 폴드’에 자사의 투명 PI 필름인 ‘CPI필름’이 커버윈도로 들어갔다고 5일 발표했다.

CPI필름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독자 개발한 고기능성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이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뒤 상표 등록까지 마친 이 회사 고유 브랜드다.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접었을 때 흠집이 나지 않아 주로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쓰인다. 일반 PI 필름과 달리 색을 빼 투명한 색깔을 띠기 때문에 폴더블 디스플레이 표면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상 400도 이상의 고온과 영하 269도의 저온을 견딜 수 있고, 얇고 굴곡성이 뛰어나 다양한 크기의 디자인에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다. 그만큼 고난도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그동안 다수의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체에 CPI필름을 공급해 왔다. 다만 지금까지는 폴더블 폰에만 사용됐다. CPI필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레노버 X1 폴드는 13.3인치 화면을 쉽게 접고 펼 수 있는 프리미엄 폴더블 노트북이다. 터치펜을 활용해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박막유리 커버윈도에는 적용이 어려웠던 터치펜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레노버 X1 폴드는 지난해 말 북미시장에 처음 선보였으며, 국내에선 지난 2월부터 판매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은 지난해 시장조사 보고서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향후 4년간 연평균 131%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올 연말 222억달러에서 2025년엔 1053억달러까지 시장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태블릿이나 노트북처럼 10인치 이상의 중대형 제품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 접었을 때 부피가 줄고 휴대가 매우 간편해지는 장점이 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투명 PI 필름 시장도 대폭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에 쓰이는 투명 PI 필름 시장은 출하량 기준 지난해 15만㎡로 추정된다. 올해 시장 규모는 50만㎡가량으로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X1 폴드 노트북 적용을 계기로 다른 기기에도 CPI필름 사용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휴대폰을 넘어 중대형 폴더블 디스플레이 필름 시장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국내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체들과도 긴밀한 협업 체제를 구축해 중·대형 및 롤러블 등 다양한 기기에 최적화한 소재를 개발·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은 “세계 최초의 폴더블 노트북에 CPI필름을 사용한 것은 혁신적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라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도록 제품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