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개별 종목을 찾고,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전문투자가가 할 일이다. 개인투자자는 분산투자를 위해 성장산업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금융회사의 서비스에서 ETF는 자산 배분 등에 꼭 필요한 상품”이라며 “상품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사람의 말이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에도 ETF 전성기가 찾아왔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하루평균 ETF 거래대금은 지난 1월 5조원을 훌쩍 넘으며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의 21%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고액 자산가와 고위 공직자들은 ETF를 자산 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삼으며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ETF 사업 강화에 나서면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양분하던 시장은 격전장으로 변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가치(AUM)는 지난달 말 기준 56조358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10조7416억원 늘었다. 국내 공모 주식형 펀드(21조원)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그 결과 한국 ETF 시장 규모는 홍콩을 제치고 일본(5450억달러, 약 615조원)과 중국(1680억달러, 약 189조원)의 뒤를 잇는 아시아 3위가 됐다.
ETF는 고액 자산가들의 중요한 투자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계좌로 10억원 이상 굴리는 자산가의 포트폴리오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월 8.54%에서 올초 17.66%로 급증했다. 고위 공직자도 ETF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를 통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중국본토 CSI300 ETF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 ETF에 7000만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상장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특정 종목에만 투자할 경우 발생하는 위험을 분산해주는 장점이 있다. 성준석 KTB자산운용 매니저는 “ETF는 개별 산업과 테마에 맞는 다양한 투자가 가능해 고액 자산가를 포함한 모든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전범진/박재원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