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 속에 치러진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에서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야 모두 “선거 막바지에 지지층이 결집한 효과”라며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 동안 치러진 재·보궐 사전투표에 총 1216만1624명의 유권자 중 249만7959명이 참여했다. 사전투표율은 20.54%로 과거 최고 재·보선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2014년 10·29 재·보선(19.4%)보다 1.1%포인트 높았다. 2018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20.14%)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21.95%로, 부산시장 보궐선거(18.65%)보다 3.3%포인트 높았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구가 전통적으로 여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지역인 점도 특징으로 분석됐다. 서울시 25개 구 중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종로구(24.44%)였다. 다음으로 동작구(23.62%) 송파구(23.37%) 서대문구(23.02%) 성북구(22.97%) 순이었다. 총선 때 서울 지역구 중 여야 승부가 자주 바뀌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사전투표를 근거로 이번 재·보궐선거의 전체 투표율이 60%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전국 단위 선거의 투표율이 사전투표율보다 40%포인트가량 높게 나온 것을 감안해서다. 투표율 50%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던 당초 전망과 비교하면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선을 약 1년 앞두고 ‘정권 심판론’과 ‘국정 안정론’이 첨예하게 맞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전투표를 독려해 온 여야 정치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현장 유세에서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열정적인 지지자가 많다는 의미”라며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샤이 진보’가 투표장으로 대거 향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민의힘은 무능한 정권에 분노한 민심이 투표율에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비롯해 이 정부가 잘못한 것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아 (투표장에) 많이들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폭우와 코로나19에도 정권 심판을 위한 유권자의 행진을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에 유리하다는 게 그동안의 일반적인 전망이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여론이 투표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직전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 지지율은 박 후보에 비해 15~20%포인트가량 앞섰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과거 선거에 무관심했던 20·30세대가 반(反)문재인 정서로 결집하면서 사전투표율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선 “조직력이 본격 가동되면서 전통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 “역전의 발판이 만들어졌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의 압승이 예상됐던 부산시장 선거에서 “바닥 민심이 흔들린다”는 얘기가 여야 모두에서 흘러나와 주목된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3일 유세 차량에서 “열 번쯤 부산에 왔는데, 올 때마다 조금씩 김영춘 후보 지지도가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당선될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오늘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