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금융위 "인터넷銀, 중금리 대출 계획서 내라"

입력 2021-04-04 17:45
수정 2021-04-05 01:12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적인 방식으로 중금리 대출시장을 열라고 도입한 것인데, 다른 은행보다 못합니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올초 언론 브리핑에서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대출 실적이 상당히 미흡하다”고 콕 집어 비판했다. 중금리 대출은 통상 옛 신용등급 4~6등급 수준의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을 말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2017년 문을 열 당시 기존 은행에서 소외된 중신용자에게 대출을 적극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10월 기준 1~4등급 대출 비중이 전체 대출의 98%에 달했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대출 확대를 올해 ‘중점과제’의 하나로 정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로부터 조만간 ‘가계대출 총량 대비 중금리 대출 비율’을 얼마나 높일지 목표를 담은 계획서를 받기로 했다. 이르면 이달 주요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에도 사전에 중금리 대출 목표 계획서를 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전용 대출 상품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중금리 대출 규모를 작년(1조3800억원)보다 높이기로 했고, 케이뱅크는 2023년까지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누적 기준)을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을 알면서도 목표치까지 직접 제출받는 이유는 7월로 예정된 법정최고금리 인하(연 24%→20%)와도 무관하지 않다. 국내 대출시장 현실상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면 고금리 대출로 직행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오랫동안 ‘외면’해온 대부업계에도 서민대출 공급에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3년간 금융법을 어긴 적이 없고, 저신용자 신용대출이 일정 규모(전체의 70% 또는 100억원) 이상을 충족한 대부업체를 ‘우수 대부업체’로 지정해 규제 완화 혜택을 주기로 했다. 우수 대부업체가 되면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핀테크업체의 대출 비교 서비스에도 입점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조치를 통해 우수 대부업체에 대출금리를 지금보다 2.0~5.5%포인트 내릴 여력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임현우/정소람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