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ICT 기업이 R&D 주도…미래차·항공우주에도 집중 투자

입력 2021-04-04 17:17
수정 2021-04-05 01:12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미래차, 2차전지, 우주항공….’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R&D 투자가 대폭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국내 기업들은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인 49조원 넘는 대규모 R&D 투자를 단행하는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R&D 1조 클럽’ 가입한 현대모비스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은 지난해 41조1051억원을 R&D에 투자했다. 100대 기업 전체 R&D 투자(49조4736억원)의 83.1%에 달한다. 삼성이 22조8846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LG(7조5504억원) 현대차(6조3684억원) SK(4조3516억원) 순이었다.


개별기업 기준으로 지난해 R&D 투자액이 1조원을 넘은 기업은 삼성전자(21조2292억원) LG전자(4조335억원) SK하이닉스(3조4819억원) 현대차(3조1085억원) LG디스플레이(1조7400억원) 기아(1조6730억원) 네이버(1조3321억원) LG화학(1조1160억원) 현대모비스(1조130억원) 등 아홉 곳이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은 현대모비스는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율주행과 전동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분야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ICT 기업이 R&D 투자를 주도했다. 매출 대비 R&D 투자액 비중이 5%를 넘는 14개사 중 아홉 곳을 차지할 정도다. 전년 대비 R&D 투자 증가분 역시 삼성전자가 1조21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의 R&D 투자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인공지능(AI), 전장 부품 등 신사업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를 이끄는 SK하이닉스도 지난해 R&D 투자를 2934억원 늘렸다. 이어 네이버(2362억원) 포스코(1137억원) 삼성SDI(957억원) 한화솔루션(717억원) 순이었다. 특히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5.1%에 달했다. 2017년 이후 25%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매출 대비 10%대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신사업에 적극 뛰어든 포스코·한화4대 그룹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신사업에 적극 투자했다. 한화와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한화그룹의 항공우주사업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4624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매출 대비 비중도 8.7%로 100대 기업 중 다섯 번째로 많다.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1248억원을 R&D 비용으로 썼다. 특히 전년 대비 R&D 투자 증가율 기준으로 상위 10개사 안에 한화솔루션(2위),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5위) 등 한화그룹 계열사 세 곳이 포함됐다.

포스코는 지난해 6553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전년(5415억원) 대비 21% 늘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근로자 안전과 친환경을 위한 스마트플랜트 구축에만 1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R&D 투자 규모가 대폭 감소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100대 기업 중 47곳이 전년 대비 R&D 투자 규모를 줄였다. 특히 지난해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두산그룹의 감소폭이 1600여억원으로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표 기업이 한 단계 성장하려면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신사업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주력 산업만으로는 성장은커녕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제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R&D 투자를 줄였다가는 언제든지 낙오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