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에 힘을 더하면, 힘에 자비를 더하면…

입력 2021-04-04 18:00
수정 2021-04-16 00:02
‘우리가 해방시킨 새로운 새벽이 밝아오네/항상 빛은 존재하기에/우리가 그 빛을 바라볼 용기가 있다면/우리가 그 빛이 될 용기만 있다면.’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22세 흑인 여성 시인 어맨다 고먼(사진)이 낭송한 자작 축시의 뒷부분이다. 제목은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 3937자로 쓰인 아름다운 시는 취임식을 지켜보던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낭송이 끝나자마자 10만 명이 되지 않았던 고먼의 트위터 팔로어는 순식간에 110만 명을 넘어섰다.

로버트 프로스트, 마야 안젤루 등에 이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독한 여섯 번째 시인이자 최연소 시인으로 기록된 고먼의 특별판 시집 《우리가 오르는 언덕》(은행나무)이 번역 출간됐다. 미국에선 초판만 100만 부를 찍었고, 지난달 말 전 세계 19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고먼은 시를 통해 스스로를 ‘깡마른 흑인소녀’ ‘노예의 후손으로 홀어머니가 키운 소녀’라고 했다. 언어장애를 극복하고 ‘대통령이 되는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자비에 힘을 더하면, 힘에 자비를 더하면/사랑이 우리의 유산이 된다’고 노래했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는 희망의 시다.

56쪽 분량의 시집에는 영어 원문과 정은귀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우리말로 옮긴 시가 영한 대역으로 함께 실려 있다. 국내에선 1만 부만 한정 판매하며, 이 시가 포함된 고먼의 첫 시집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 and Other poems)》은 오는 9월 정식 출간될 예정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