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회복, 일부 국가만 이득…베트남·태국 최대 수혜"

입력 2021-04-04 17:02
수정 2021-04-05 00:53
코로나19 백신 배포와 부양책 덕분에 미국 경제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 수혜를 일부 국가만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백신 접종이 더딘 신흥국에선 오히려 자본 유출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면서 국가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작년보다 6.5% 늘어 1984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볼 국가로는 베트남과 태국이 꼽혔다. 금융회사인 알리안츠는 미 부양책이 베트남 GDP를 향후 2년간 1.4% 늘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국도 올해 미국으로의 수출이 작년 대비 10~1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유럽 및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폭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다. 태국 자동차부품제조협회는 지난해 14% 줄었던 부품 수출액이 올해 220억달러 수준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 부양책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미치는 성장률 자극 효과는 올해 0.1%포인트(4.0%→4.1%)에 그칠 것이란 게 유럽중앙은행(ECB)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백신 배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다.

ECB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신흥국 처지는 더욱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국가에선 수혜는커녕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르고 국채 금리도 상승한 미국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려는 조짐이 뚜렷하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개발도상국의 자본 유출액은 총 51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개도국의 자본 유출은 작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더 큰 문제는 미 중앙은행(Fed)이 추후 긴축 정책으로 회귀할 때 발생할 전망이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개도국의 차입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Fed가 긴축으로 돌아서면 (신흥국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총 410만 회가 접종됐다. 하루 기준으로 최대 기록이다. 지난 7일간의 하루 평균 접종 횟수는 처음으로 300만 회를 넘었다. 지금까지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은 1억420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31% 수준이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중에선 74%가 접종을 받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말까지 2억 회분 접종을 마치겠다고 밝혔는데, 지금 추세라면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늦여름께로 추산됐던 집단면역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보건당국은 봉쇄를 속속 해제하고 있다. CDC는 “접종자는 마스크 착용 후 여행해도 된다”는 지침을 새로 내놨다. 감염 검사나 격리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는 이달 15일부터 실내 모임과 행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