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보편적 현상 중 하나는 ‘비대면(untact)’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줌(zoom)회의, 웨비나(webina), 온라인 쇼핑 등이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실제로 모이지 않고 화상으로 회의한다는 것은 인정받을 수 없고 무언가 불완전한 행위로 인식되지 않았던가.
이런 시대 상황과 맞물려서 최근 MZ 세대는 현실 세계의 활동 중 일부를 불가피하게 디지털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아예 현실 세계 자체를 디지털로 대체해 디지털 세상에서 만나고 소통하고, 심지어는 경제활동까지 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는데, 이를 ‘메타버스(Metaverse)’라고 부른다. 메타버스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1992년)에서 처음 사용된 개념이다. ‘가상·추상·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흔히 이야기하는 ‘가상현실 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 이전부터 MZ 세대에게 인기가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다들 아예 메타버스로 모이는 상황이 됐다. 가상 공간이지만 가상의 자신 즉, 아바타를 꾸미고자 하는 욕구와 아바타가 거처할 가상의 집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면서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루이비통과 같은 의류 아이템이 거래되고, 심지어는 가상이지만 집, 땅과 같은 부동산뿐 아니라 인테리어, 미술품 등이 거래되는 메타버스 내 경제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에서는 현실 세계같이 공연, 전시회 등도 열린다. 최근 미국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이 포트나이트란 메타버스에서 가상 라이브 콘서트를 했는데, 1000만 명 이상의 아바타가 이 공연을 관람하고 약 20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가 2019년 진행한 오프라인 투어 ‘아스트로월드’의 수익이 170만달러(약 18억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기록이다.
제페토는 국내 기업이 개발한 메타버스인데, 스마트폰으로 셀프사진을 촬영하거나 갤러리에서 본인의 사진을 선택하면 사용자와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 주고, 사용자는 그 안에서 제페토와 제휴를 맺은 명품 브랜드의 아이템으로 아바타를 꾸미거나 팬 사인회에 참석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제페토 가입자는 2억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훨씬 큰 세상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최근 급격하게 메타버스에 주목하게 된 배경에는 ‘대체불가능 코인’이라고 불리는 NFT(Non-Fungible Token)의 등장이 있다. 실물 세상이 디지털화됐을 때 여러 편리한 점이 있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복사가 쉽게 이뤄져 원본에 대한 가치를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해 왔다. 그런데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NFT 기술이 디지털 그림, 음원, 아이템 등에 적용되면서 구매자는 자신이 원본 소유주임을 증명할 수 있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 거래 시장이 활성화됐다. NFT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미술품 거래를 통해 전 세계에서 지난 3월 초까지 판매된 작품은 총 10만여 점으로, 거래 총액이 약 2220억원에 달한다. 디지털 원본 작품을 소유한 사람들은 소유 작품을 메타버스상의 미술관에 대여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가상의 세계지만 서로 간의 만남과 소통을 넘어서 서로 간에 경제 활동을 주고받는 또 다른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작년 미국 대선이 한창일 때 조 바이든 캠프가 한 메타버스에 선거 캠프를 차리고 그 안에서 유권자들과 소통한 것을 보면 이미 그 영향력을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은 MZ 세대에게 기성세대가 점유하고 있는 현실 세계의 부동산, 주식, 예술품 시장에 비해 메타버스가 아직 기득권자가 없는 새로운 기회의 세상으로 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가상의 세상으로 가치도 거품이고, 사기가 난무하고, 허구의 세상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해석할 수 있지만, 우리 청년들에게는 이제 막 시작되는 기회의 세상으로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