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수백억원 규모의 항암제를 멕시코에 수출한다. 구매 당사자인 멕시코 정부가 인도,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의약품과 비교한 결과 한국산(産)의 ‘가성비’가 가장 높다고 판단한 덕분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동남아시아에 머물렀던 해외 무대를 미국과 중남미 등지로 확대해 ‘K제약·바이오’의 선봉장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장동력은 수출과 개량신약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회장은 4일 기자와 만나 “최근 방한한 멕시코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항암제 19종을 수출하는 방안을 협의했다”며 “성사되면 올 6월부터 4년 동안 수백억원어치를 수출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멕시코 정부는 마피아가 장악하고 있는 현지 의약품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직접 구매하는 정책을 세웠다”며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KOTRA가 ‘가격 대비 품질은 한국 의약품을 따를 곳이 없다’고 마케팅해준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매출 15조원 규모인 멕시코 의약품 시장은 매년 10% 넘게 성장하는 유망시장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멕시코를 교두보로 중남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선진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에 맞게 짓고 있는 세종 2공장이 오는 11월 준공되면 이곳에서 생산하는 항암제는 내년부터 미국에도 수출된다. 강 회장은 “올해는 회사의 ‘사업 영토’가 베트남 등 동남아를 넘어 미주지역으로 본격 확대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올해 수출 목표를 작년보다 50% 이상 늘려 잡았다.
강 회장은 ‘개량신약 명가’란 명성에 걸맞게 현재 38%인 개량신약 매출 비중을 2023년까지 50%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13개인 개량신약 수는 2025년까지 2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개량신약 비중이 높은 덕분에 매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며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신약 개발에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8.6%(매출 2160억원·영업이익 401억원)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마진이 박한 ‘도입 의약품’(해외 오리지널 의약품 도입·판매)이 없는 데다 복제약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신약과 코로나 치료제 개발도 순항 중”강 회장은 현재 개발 중인 3개 신약에 대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미래”라고 소개했다. 첫 번째는 서울대 산학협력단 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폴로유사인산화효소1(PLK-1) 저해제’다. 단백질의 일종인 PLK-1을 억제해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막아주는 치료제다. 현재 유방암을 적응증으로 임상1상 시험을 하고 있다. .
두 번째는 임상2상에 진입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NASH)다. NASH 시장 규모는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세계적으로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2016년 서울대로부터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쓰이는 ‘오라노핀’을 활용하는 기술을 넘겨받아 연구를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서울대 및 화학연구원과 함께 개발 중인 새로운 항암제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별도 법인을 세운 뒤 외부 투자를 받아 직접 글로벌 임상을 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순항 중이라고 했다. 오는 6월 임상 2상 시험계획(IND) 국내 승인이 목표다. 동물실험 결과 상당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르면 내년 초 조건부 허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 회장은 “코로나 경증 환자는 물론 중등증과 중증 환자 모두 복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 중”이라며 “1회 처방에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항체치료제와 달리 환자들이 1만~2만원(본인부담금 기준)에 구입할 수 있는 만큼 개발에 성공하면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이주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