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 기반 디지털 자산의 일종인 NFT(대체불가능토큰) 가격이 지난 2월 대비 약 70% 내렸다. 최근 유동성 장세에 유행까지 타 NFT에 자금이 몰렸던 것과는 정반대다. 전문가들은 NFT 시장이 이러다 사그러들지, 아니면 단순히 조정장을 거쳐 거품을 빼고 이어질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NFT시장 조사 웹사이트인 논펀지블닷컴을 인용해 최근 NFT 평균가격이 2월 고점 대비 약 67.4%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논펀지블닷컴이 추적하는 NFT 기술적용 작품의 평균거래가는 지난 2월22일 평균 4300달러(약 480만원)였다. 반면 4월1일 평균가는 1400달러(약 160만원)에 그쳤다.
NFT는 가상자산의 일종이다. 암호화폐 기반이기도 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자산에 별도의 고유값을 부여하는게 특징이다. 각 토큰을 다른 토큰과 구분할 수 있고, 복제도 막는다. 토큰별 가격도 다르게 매길 수 있다. 이때문에 예술·콘텐츠 시장에서 NFT 기술이 급부상했다. 3월엔 '신기록' 여럿…이후 거래량·가격 모두 내렸다지난달엔 NFT 거래에서 이례적인 기록이 여럿 나왔다. 지난달 11일엔 미국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디지털 예술가 마이클 윈켈만의 300메가바이트(Mb) 용량 NFT 형식 그림파일 ‘매일: 첫 5000일’이 6930만달러(약 780억원)에 낙찰됐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이 세번째로 비싸게 팔린 사례를 새로 썼다. 폴 고갱, 살바도르 달리 등 작고한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보다 가격이 높았다.
지난달 21일엔 예술가 크리스타 킴의 가상현실(VR) 영상파일 ‘마스 하우스’가 50만달러(약 5억6500만원)에 팔렸다. 가상의 집 공간을 담은 짤막한 영상이다.
지난달 22일엔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올라온 사상 첫 트윗이 NFT 경매에서 거래됐다. 잭 도시 트위터 공동창업자가 올린 “지금 막 내 트위터 계정을 설정했다”는 트윗이다. 이 한 줄을 말레이시아 블록체인 기업인 브리지오라클의 시나 에스타비 최고경영자(CEO)가 약 290만달러(약 32억7400만원)에 사갔다. 이같은 열풍에 아마추어 예술가 등이 너도나도 NFT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수주간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NFT 거래량과 평균 가격이 모두 하락세다. 지난달 말엔 윈켈만이 폭스뉴스의 토크쇼에 출연해 “NFT 시장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NFT 시장이 유행을 타면서 아무 가치가 없는 디지털 파일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 유동성 수혜처' vs '결국 남을 기술혁신'일부 전문가들은 NFT에 몰린 유동성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거 풀린 유동성 수혜를 봤지만 인기를 이어가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각국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거둬들일 채비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모두 제조업 경기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4.7로 1983년 12월 이후 37년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유로존 PMI는 62.5로 조사를 시작한 199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냈다.
반면 NFT 시장이 과열 이후 조정을 거치는 것을 뿐 새로운 대체투자처로 자리를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트코인처럼 등락을 거듭하다 차차 기성 금융시장에 침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록체인 관련 서적 작가인 크리스 윌머 미국 피츠버그대 조교수는 “디지털 자산이라는 개념을 두고 버블이 아니니 논박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당장은 유행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릴 수 있지만, 비트코인이 그랬든 새로운 자산으로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도 NFT 기술을 응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테조스의 공동 설립자인 캐슬린 브라이트먼은 “디지털 예술시장에 거품이 낀 상태이긴 하지만, 음악과 영화 분야에서 NFT 관련 스타트업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일각에선 NFT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하락세에도 많은 NFT가 올초 대비로는 가격이 상당폭 오른 상태”라며 “이번 시장 흐름 이후 NFT 인기가 꺾일지, 아니면 적정한 가격대를 찾을 때까지 변동성이 이 이어질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